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거듭 경신하는 등 증시가 펄펄 끓어오르자 기업들이 더욱 손쉽게 유상증자에 성공하고 있다. 증시 호황을 떠받친 막대한 유동성이 주식 발행시장으로도 밀려든 덕분이다. 시세 차익을 기대한 투자자들의 뭉칫돈이 쏟아지면서 주식 발행의 황금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증시 펄펄…대규모 유상증자 '불패행진'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두산퓨얼셀이 336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위해 지난 7~8일 주주와 우리사주조합을 대상으로 진행한 청약에 약 4024억원의 매수주문이 들어왔다. 여러 주주가 배정물량 이상을 청약한 데 힘입어 모집금액을 뛰어넘는 투자수요를 확보했다. 835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 중인 에어부산도 같은 기간 진행한 청약에서 목표금액의 96%를 모았다. 남은 물량이 적어 일반청약에서 무난히 실권주가 모두 팔릴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닷새 전 두산중공업이 1조2125억원어치 신주 투자수요를 모두 확보한 데 이어 연말까지 기업들의 유상증자 성공 행진이 지속되고 있다.

증시가 달궈지기 시작한 지난 4월부터 웬만한 유상증자는 수월하게 성사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주주와 우리사주 대상 청약에서 투자수요가 모집액에 다소 못 미쳐도 일반청약에서 실권주가 순식간에 동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실권주 투자자 모집을 위한 일반청약에서만 조(兆) 단위 매수주문을 받았던 대한항공(3조7256억원)과 CJ CGV(1조8175억원)가 대표적이다. 이들을 비롯해 제주항공, 한진, 진에어 등이 거뜬히 대규모 신주 발행에 성공했다.

주식 관련 채권에도 대규모 투자금이 쏟아지고 있다. 국적선사 HMM이 2400억원 규모 전환사채 발행을 위해 지난 7~8일 진행한 일반청약에 9조5352억원의 매수주문이 몰렸다. 올해 공모한 주식 관련 사채 중 가장 많은 투자수요를 끌어모았다. 현대로템(전환사채 2400억원)과 한진칼(신주인수권부사채 3000억원)도 지난 6~7월 각각 7조원이 넘는 청약증거금을 확보해 이목이 쏠렸다.

투자자들은 시세보다 싸게 상장사 신주를 받을 기회로 판단하고 적극적으로 유상증자와 주식 관련 사채 청약에 참여하고 있다. 국내 기업 대부분은 시세보다 10% 이상 할인된 가격에 신주를 발행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할인율을 30% 이상 적용하는 기업도 종종 있다. 유통물량 증가에 따른 주식가치 희석 우려를 잠재우고 유상증자 발표 이후에도 주가 상승세가 이어지는 기업의 경우엔 신주 가격이 시세보다 더욱 저렴해지기도 한다. 두산중공업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가 신주 발행가격을 산정할 때 적용한 할인율은 20%였지만, 9일 주가(1만4550원)는 신주 발행가격(9640원)을 50.9% 웃돌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선 기업들이 내년에도 적극적으로 주식 발행시장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내년 3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 조달을 위해 국내 기업 중 사상 최대(주주배정 방식 기준)인 2조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할 예정이다. 이밖에 포스코케미칼(1조1779억원), 롯데리츠(3565억원), 씨에스윈드(3503억원), 필룩스(1059억원) 등도 내년 1분기 증자를 위해 줄줄이 대기 중이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