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만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건 부장관의 방한에 국내 외교·안보라인이 총출동하는 가운데 출범이 한 달여 남은 차기 미 행정부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경기 오산 공군기지를 통해 입국하는 비건 부장관은 오는 10일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각각 조찬과 오찬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비건 부장관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을 비공개로 접촉하고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과도 만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날 아산정책연구원에서는 공개 강연에 나선다. 비건 부장관이 이 자리에서 북한을 향해 도발을 자제하고 대화를 촉구하라는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 경우 임기가 한달여 남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마지막 대북 메시지가 될 전망이다.

앞서 외교부는 비건 부장관이 9일 최종건 1차관, 한국 측 북핵수석대표인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연속 회담을 갖는다고 밝혔다. 최 차관과 이 본부장은 국무부 부장관과 대북특별대표를 겸하는 비건 부장관의 한국측 외교 카운터파트이다.

방한 마지막 날인 11일에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서울 한남동 공관으로 비건 부장관을 초청해 만찬을 할 예정이다. 장관이 상대국 차관급 방한에 만찬을 마련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외교부는 10일 만찬이 “격려 만찬”이라며 “그동안 비건 부장관이 한·미 관계 발전 및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을 위해 노력해 준 것을 평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기가 곧 만료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총괄한 비건 부장관의 방한에 정부와 청와대의 외교·안보라인 수장이 총출동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 일각에서는 미 대선 이후에도 대북 정책에 있어서 트럼프 대통령의 성과나 ‘톱다운’ 방식이 유지돼야 한다는 말이 끊임없이 나왔다. 이 때문에 미·북 정상 간의 담판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선호해온 문재인정부가 조 바이든 차기 행정부가 아닌 ‘트럼프 사람’에만 신경쓰는 모습으로 비춰질 경우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달갑지 않아한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