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 시험장엔 수험생이 자동차 타고 들어가
[수능] 응원 없는 `방역 수능'…가족과 포옹 후 조용히 입실
사건팀 =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진 3일 서울의 각 고사장 입구에서는 예년과 달리 떠들썩한 응원전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로 서울시가 시험장 앞 응원을 금지하고 학부모들에게 교문 앞에서 대기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해, 학교 주변은 차분한 분위기였다.

수험생들은 가족과 짧게 포옹한 뒤 조용히 시험을 보러 들어갔고 가족들은 곧바로 발길을 돌려 귀가했다.

서초구 반포고에 마련된 시험장에는 오전 7시께 수험생들이 속속 도착했다.

예년과 달리 선배들을 응원하러 나온 학교 후배들은 눈에 띄지 않았고, 학부모들 역시 대부분 자녀를 데려다주고는 곧바로 차를 타고 돌아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당초 11월 19일이던 시험일이 2주 연기되면서 이날 수능은 처음으로 12월에 치러졌다.

마스크를 쓴 수험생들은 추운 날씨에 대비해 얇은 옷을 여러 겹 껴입고 보온병이나 무릎담요 등 방한용품을 챙겨 들어갔다.

부모들은 "떨지 말고, 몸 따뜻하게 하고"라고 연신 당부했다.

일부 학생은 부모와 포옹하고 돌아서며 눈물을 훔쳤고, 또 다른 학생은 친구들과 마주치자 깔깔대며 반갑게 인사하기도 했다.

교문 앞에서 휴대전화로 `수능 인증샷'을 찍는 수험생도 있었다.

[수능] 응원 없는 `방역 수능'…가족과 포옹 후 조용히 입실
중구에 있는 이화여자외고 시험장 앞 풍경도 비슷했다.

고3 딸을 바래다준 학부모 김모(54)씨는 "코로나 때문에 아이가 학교와 학원도 제대로 못 가서 공부하면서 좀 힘들어했다"며 "아이가 용산구에 있는 학교에 다니는데, 멀리 있는 학교에서 시험을 보게 돼 안타깝다"고 했다.

수험생 이모(19) 양은 "수능이 연기돼 오랜 기간 수험생활을 하다 보니 지친 것이 사실"이라며 "아는 건 다 맞추자는 각오로 시험에 임하려 한다"고 말했다.

여의도고에서 시험을 보는 고3 아들을 데려다준 학부모 A씨는 "최선을 다하고 오라"고 격려한 뒤 아들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교문 앞을 떠나지 못했다.

A씨는 "코로나 시국에 아들이 공부하느라고 마음고생이 많았는데, 무사히 치르게 돼 안심되면서도 떨린다"고 했다.

수험생 고모(18) 군은 응원전이 사라진 것에 대해 "그동안 코로나 때문에 학교에서도 후배들을 보기 어려웠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며 "대신 후배들과 친구들 간 문자메시지로 응원 연락을 많이 주고받았다"며 웃었다.

종로구에 있는 경복고에서도 떠들썩한 응원전은 없었다.

다만 수능 현장을 취재하러 나온 NHK, TBS, 로이터 등 외신 매체 기자들의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

최모(18) 군은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방역 용도로 설치된) 칸막이 때문에 문제 풀이에 방해가 되지 않을지 모르겠다.

긴장은 안 하려고 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종로구에 있는 동성고 시험장에 아들을 들여보낸 김모(52) 씨는 "새벽 5시에 일어나 주먹밥 도시락을 싸줬다"며 "편안한 마음에 시험 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도시락을 주면서 '여행 가는 거 같다'고 말해서 긴장감을 풀어줬다"고 했다.

[수능] 응원 없는 `방역 수능'…가족과 포옹 후 조용히 입실
자가격리 시험장으로 지정된 용산구 오산고는 여느 학교들과 달리 적막했다.

수험생이 차량에 탄 채로 들어온 후 입실하는 것이 원칙인 이 시험장에서 수능을 보는 수험생은 모두 6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전 7시 21분께 한 수험생을 태운 차량이 정문으로 진입했다.

운전석에 앉은 학부모는 창문만 내린 채 경비실에 학생 이름 석 자를 불렀고, 학교 관계자는 인터폰을 걸어 '권모 군이 올라갑니다'라고 내부로 학생이 들어가는 사실을 알렸다.

학생들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 응원 영상이나 문구를 올리는 것으로 응원 없는 수능의 아쉬움을 달랬다.

경기 수원에 있는 한 학교 학생들은 페이스북 등에 학생회와 1·2학년 학생들이 한마디씩 응원 발언을 외치는 영상을 올렸다.

소셜미디어에는 '수능대박', '수능만점' 등의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수만 개 검색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