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교 장학금→학부 경비로 쓴 교수 무죄…法 "현실 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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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배성중 부장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49)·B(52) 교수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의 한 유명 사립대에 재직 중인 A 교수는 학부장을 맡던 2012년 소속 대학원생들을 `교육 조교'로 허위로 선발해 이들에게 지급된 장학금을 학부 운영경비 등으로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A 교수가 이 같은 방식으로 2년 동안 2억4천500여만 원을 대학 측으로부터 편취했다고 판단했다.
다른 시기 학부장을 맡은 B 교수 역시 동일하게 2억 원을 받아낸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재판부는 우선 "교육 조교로 임명된 대학원생들이 조교로 일할 의사가 없음을 알면서도 A·B 교수가 학교법인에 위촉서를 제출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실제로 법정에 출석한 교육 조교들은 자신들이 조교 업무를 수행했다고 진술했다.
또한 재판부는 A·B 교수 소속 학부의 조교 장학금 운영 실태를 고려할 때 설령 이들이 편법을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형사적 책임은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당 학부는 2000년대 초반부터 학교에서 배정된 조교들의 장학금 대부분을 환수해 학부 차원에서 관리해왔다.
여기에는 학부 규모에 비해 배정된 조교의 수가 너무 적어 실질적으로 조교 역할을 할 대학원생을 더 선발했어야 하는 사정이 있었다.
학부는 추가로 선임된 조교들에 대한 인건비를 지급하기 위해 공식 교육 조교들의 장학금을 거둬 추가로 선발한 조교들에게 분배하고 일부 금액은 학부 운영비로 사용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관행이 배정된 조교만으로는 실질적인 수업 보조가 불가능한 학부의 현실과 조교 역할을 담당한 대학원생들에게도 인건비가 지급돼야 하는 사정이 종합돼 생겨난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A·B 교수가 이 같은 '조교 공동 장학금' 운영 관례를 그대로 따랐을 뿐이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여러 차례의 문제 제기를 통해 학교법인에서도 이런 사정을 충분히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교육 조교의 장학금을 편법으로 운용한 것이 잘못이더라도 학부장에게 사기죄의 죄책까지 묻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