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이 초래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좀처럼 해제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사람들도 지쳐가고 있다.

지인들과 차 한잔 나누기도 어려워진 세상에서 고독을 달랠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온전한 '홀로서기'를 위해서라면 독서만큼 좋은 게 없다.

킬링타임용 영화 감상이나 모바일 게임도 시간을 무료하지 않게 보내기엔 좋겠지만 책 읽기는 상처받은 영혼과 감정까지도 치유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공상과학소설(SF)처럼 재미와 스릴까지 있고 '현실 도피'를 위한 상상의 공간까지 제공한다면 금상첨화다.

최근 팬들이 기다렸던 명작 SF 몇 편이 거의 동시에 출간돼 눈길을 사로잡는다.

SF 노벨상으로 불리는 휴고상에 한국계 최초로 3년 연속 최종 후보에 오른 이윤하의 대표작 '나인폭스 갬빗' 3부작과 SF의 새로운 지평을 제시하며 마니아들의 절대적 지지를 얻은 마샤 웰스의 '머더봇 다이어리'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 그리고 아이작 아시모프, 아서 C. 클라크와 함께 세계 SF 3대 거장으로 꼽히는 로버트 A. 하인라인의 걸작 두 편이다.

이윤하·마샤 웰스·하인라인…SF와 함께하는 '거리두기'
허블에서 펴낸 '나인폭스 갬빗'은 2편과 3편 출간으로 3부작을 완간한다.

이를 기념해 총 4권, 1천696쪽에 이르는 초판 세트도 나왔다.

첫 시리즈 '나인폭스 갬빗'은 2017년 미국의 권위 있는 SF·판타지 문학상인 로커스상을 받았고, 휴고상과 네뷸러상, 아서 C. 클라크상 최종 후보에도 올랐다.

이어 제2권 '레이븐 스트래터젬'과 3권 '레버넌트 건'도 휴고상 최종 후보에 잇달아 선정되며 한국계 미국인 이윤하를 세계적인 SF 작가 반열에 올린 작품이다.

무엇보다 너무나 '한국적인' 구미호 설화를 모티프로 했다는 점이 의미 깊다.

영미권이 주요 시장인 SF에서 '구미호 장군'이 우주함대를 이끄는 광경은 독창적일 뿐 아니라 한국 민담과 설화의 세계화를 이룬 것이기도 하다.

소수 민족 출신인 우주 제국 장교가 '구미호 장군'과 협력해 압제적 우주 제국을 무너뜨리고 인간미 넘치는 민주주의 국가를 건설한다는 내용이다.

트렌스젠더이면서 유색인종이란 점에서 완벽한 마이너리티인 작가는 인종과 성별의 경계를 허무는 독특한 영웅담을 탄생시켰다.

조호근 옮김.
이윤하·마샤 웰스·하인라인…SF와 함께하는 '거리두기'
'SF 신성'으로 평가받는 마샤 웰스의 '머더봇 다이어리'는 SF계를 대표하는 휴고상과 로커스상, 네뷸러상을 휩쓴 시리즈다.

도서출판 알마에서 고호관의 번역으로 세 번째 이야기 '머더봇 다이어리: 로그 프로토콜'을 국내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머더봇 시리즈는 새로운 영웅 캐릭터이자 안드로이드인 '머더봇' 덕분에 주목받았다.

사회성은 없지만, 정의감과 연민이 넘치는, 인간적인 안드로이드의 모습이 독자들을 끌어당겼다.

전작에서 자신의 이름이 '살인 로봇'(murderbot)으로 불리게 된 이유를 찾아 떠난 머더봇은 이번 편에서 더 방대해진 전투 스케일과 더욱 극적인 음모 게임을 보여준다.

작가는 인류학 전공자답게 로봇의 모습을 통해 인간 본성의 원리를 솜씨 있게 드러낸다.

다음 시리즈인 '머더봇 다이어리: 탈출 전략'은 내년에 출간될 예정이다.

이윤하·마샤 웰스·하인라인…SF와 함께하는 '거리두기'
도서출판 아작은 '마션'을 비롯해 수많은 SF의 원형이 된 하인라인의 고전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을 펴냈다.

세계 SF 팬들의 필독서이자 하인라인이 창조한 위대한 '스페이스 오페라'로 불리는 이 장편소설은 한 소녀를 지켜주려다 우연히 지구의 운명을 걸고 우주 해적과 맞서게 된 소년의 이야기다.

그래서 당대 최고의 청소년 성장소설로도 꼽힌다.

최세진 옮김.
아울러 아작은 하인라인의 작품 중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름으로 가는 문'을 새로운 번역으로 다시 내놨다.

이번이 다섯 번째 한국어판으로, SF 소설가인 김창규가 직접 번역해 글맛을 살렸다.

'로커스'에서 선정하는 역대 최고 베스트 SF에 세 차례나 선정된 작품이다.

믿었던 사람들에게 배신당한 천재 공학자가 낙심한 끝에 유일한 친구 고양이와 냉동 수면에 들어가기로 하면서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