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흥발전 추락사 기사 아들 "발전소 측이 책임 전가 시도"

노조 "한국남동발전, 사고 은폐 의혹"

한국남동발전 영흥화력발전소에서 추락사한 화물차 기사 심장선(51)씨의 아들이 "발전소 측이 모든 책임을 아버지에게 전가하려 한다"며 진상규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아들을 비롯한 심씨 유족은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와 함께 1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사건 발생 후 제대로 된 구호 조치 없이 (발전소 측이) 아버지를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심씨는 지난달 28일 오후 1시께 인천시 옹진군 영흥도에 있는 영흥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도중 3.5ｍ 높이 화물차 적재함 문에서 지상으로 떨어져 숨졌다.

당시 심씨는 발전소에서 나온 석탄회(石炭灰)를 45t짜리 화물차에 싣는 작업을 하다가 발을 헛디뎌 추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심씨 아들은 운전기사인 아버지가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상차 작업까지 했다며 "물건을 안전하게 올리고 내리기 위한 담당자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고 말했다.

유족과 노조는 '119 도착 전 심폐소생술을 진행했다'는 영흥화력 측 설명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입수한 CCTV 영상으로 사고 현장 타임라인을 비교한 결과 119 도착 시각은 발전소 설명과 달랐으며, 심씨에게 심폐 소생술을 하는 모습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CCTV에선 심씨의 두부 출혈이 선명했으나 지난달 30일에 찾은 현장에선 혈흔이 거의 보이지 않은 점, 화물차 탱크가 찰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앉을 의자가 치워져 있던 점 등을 보아 사고 현장이 훼손된 것으로 의심된다며 "(고 김용균 노동자가 작업 중 숨진) 한국서부발전처럼 한국남동발전이 사고를 은폐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 9월엔 한 화물차 기사가 심씨와 비슷한 작업을 하다가 떨어져 다치고 사측에 개선을 요구했던 일도 있었기 때문에 한국남동발전 측은 작업환경이 위험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노조는 영흥화력본부가 고려FA라는 운송업체와 회처리 계약을 하고, 관리는 금화PSC에서 맡는 '다단계 하청' 구조 또한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와 유사하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상하차를 위해 수반되는 맨홀개방, 설비접속 등의 업무도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상 화물기사가 수행해야 할 업무는 아니다"라며 "고인은 본인이 수행하지 않았어야 할 업무를 수행했으며, 영흥화력은 막을 수 있었던 사고를 방치한 것"이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