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 폭언·폭행·추행…감정노동자 67.5% 이직 고려
"오토바이는 빠르다고 생각들 하세요.

(음식을) 픽업해서 도착지까지 신호 다 지키고 가겠다고 말하면 매장 사장님들이 위(회사)에다 전화해요.

이 친구 XXX 없이 말하고 갔다고." (배달대행 기사)
"내가 쓰레기통인가,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해결 방법을 제시해도 어떤 분은 자기감정을 퍼붓고 싶은것 같아요.

'나 그냥 기분이 나쁘다, 네가 내 담당이니까 얘기 들어라'는 식으로 퍼붓는 거죠."(직업상담원)
각 분야 감정노동자들이 겪는 스트레스, 감정 부조화 등 열악한 근무 환경이 실태조사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24일 광주시 노동센터의 감정노동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감정노동자 67.5%는 이직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지난 7∼9월 콜센터 직원, 요양보호사, 택배기사, 대리운전 기사, 간호사, 보험설계사 등 29개 직종, 1천166명 감정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다.

이직 고려 이유는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30.4%), 낮은 임금 조건(21.5%) 등 비중이 컸다.

'업무 외 요청, 억지 주장, 무리한 요구 등 업무 방해' 등을 경험한 적이 있냐고 묻자 '가끔 있다', '자주 있다', '매우 자주 있다'는 응답률을 합쳐 78.8%나 됐다.

'말꼬리 잡고 늘어지거나 인격을 무시하는 언행'은 78.8%, '욕설이나 폭언'은 64.6%가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억지 주장, 인격 무시, 과도한 친절을 요구받은 경험을 한 응답자는 45.2%, 성희롱·성추행·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행위를 경험한 응답자는 26.9%나 됐다.

그러나 직장 내 감정표현의 지침(매뉴얼)이 있다는 응답은 26.7%에 불과했다.

악성 민원인이 있을 때 직장의 조치(복수 응답)는 '특별한 도움을 주지 않으며 나는 업무에 집중해야 한다'는 응답이 55.1%, '말로 위로한다'는 응답이 39.0%였다.

스트레스와 감정 소진 방식(복수 응답)은 '동료의 위로·수다'(57.0%), '가족·친구와의 대화'(46.4%), '혼자 참는다'(43.8%), '퇴근 후 술자리'(31.5%) 등 개인적인 노력이 대다수였다.

최근 1년 사이 업무와 관련해 신체적, 정신적 질병을 앓았다는 응답은 41.0%였다.

근골격계 질환(51.9%), 소화기 질환(47.5%), 생리불순(18.6%), 우울증(16.6%) 등 순으로 많았다.

하루에 응대하는 고객이나 민원인 수는 평균 41.1명이었다.

응답자의 하루 평균 근로시간 8.1시간을 고려하면 시간당 평균 5.1명을 응대하는 셈이다.

13개 직종, 24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 면접에서 드러난 고충은 매우 구체적이었다.

콜센터 상담원은 악성 고객이 회사로 찾아와 난동을 부려 경찰이 출동하거나 미납 요금을 10원짜리로 준비해 바닥에 뿌렸던 사례 등을 진술했다.

여성 요양보호사는 남성을 상대하면서 성희롱, 성추행 피해를 겪고 거부 의사를 밝힌 뒤 절도 혐의를 쓴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한 요양보호사는 면접 조사에서 "우리끼리 모여서 차 마시면서 울기도 하고 '저 어르신 상태가 오늘 유난히 좀 심하다' 이러면서…. 저희는 앉아서 서로 위로하면서, 그렇게 하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