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협력업체 대표와 임직원 100여 명이 19일 새벽 비를 맞으며 한국GM 인천 부평공장 앞에서 “파업을 멈추고 살려 달라”는 내용의 호소문을 나눠주면서 시위를 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제공
한국GM 협력업체 대표와 임직원 100여 명이 19일 새벽 비를 맞으며 한국GM 인천 부평공장 앞에서 “파업을 멈추고 살려 달라”는 내용의 호소문을 나눠주면서 시위를 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제공
“살고 싶습니다! 살려주십시오!”

가을비가 쏟아진 19일 새벽, 인천 부평 한국GM 본사 서문 앞에 울려 퍼진 절규다. 한국GM 협력업체 대표와 임직원 100여 명은 비를 맞으며 약 2시간 동안 파업을 중단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협력업체 대표들은 “(노조의 파업이 길어지면서) 일부 업체는 전기세는 물론 직원 급여도 제때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며 “더 이상의 생산 차질이 발생하면 부도를 내는 업체도 발생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한국GM 노사는 지체하지 말고 임금 및 단체협약을 타결해달라”며 “30만 협력업체 임직원과 가족들이 애타게 지켜보고 있다”고 당부했다.

이들의 간절한 바람과 달리 한국GM 노조는 지난달 30일부터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파업과 잔업·특근 거부에 따른 생산 차질 규모는 2만 대에 달한다. 파업이 장기화할 우려도 있다. 한국GM 노조는 20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추가 파업 여부를 결정한다.

노조의 파업이 계속되자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도 강경 대응에 나섰다. 스티브 키퍼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지난 18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노조 파업이 계속되면 더 이상 한국GM에 투자할 수 없다”며 “중국을 포함한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 한국 물량을 생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 철수 가능성을 공식화한 발언으로 해석했다.

GM 본사 고위 임원이 한국 철수 가능성을 거론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트랙스와 트레일블레이저 등 미국에서 판매되는 차량이 노조의 파업 때문에 제때 공급되지 않자 발언 수위를 높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차종은 최근 미국에서 물량이 없어 못 팔 정도로 인기가 많다. 그런데도 이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의 노조가 파업을 반복하다보니 2만 대 이상 주문이 밀렸다. GM이 한국 물량 일부를 해외 공장에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이날 산업은행을 찾아 “GM 본사가 노조 파업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주 예고된 기아자동차 노조의 파업도 회사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기아차 노조는 이날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오는 24~27일 부분파업을 벌이기로 결정했다. 나흘간 부분파업으로 1만 대 이상의 생산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내 다른 계열사인 현대차 노조가 임금 동결을 감수하고 무분규 합의를 이룬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라며 “노조 파업은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기아차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