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 미국 연방하원 의장(80·사진)이 18일(현지시간) 하원의장으로 재추대됐다. 내년 1월 시작하는 제117대 의회에서 향후 2년간 하원을 이끌며 여당의 지도자로서 조 바이든 차기 행정부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미국 민주당은 이날 화상 방식으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구두 투표를 통해 펠로시 의장을 하원의장으로 재선출했다. 하원 내 민주당 서열 2, 3위인 스테니 호이어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81)와 제임스 클라이번 하원 원내총무(80)도 재신임을 받았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78)을 비롯해 민주당 정권이 70대 후반에서 80대에 이르는 ‘초고령 지도부’로 꾸려지게 됐다.

펠로시 의장 선출은 내년 1월 3일 하원 본회의에서 최종 확정된다. 하원 전체 의석 435석 중 과반인 218표를 얻어야 하지만, 민주당은 이미 219석을 확보한 상태다. 하원 선거의 최종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민주당이 222석, 공화당이 213석을 가져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을 지켜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당내 지도부의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공화당을 상대로 압승을 거두지 못하면서 당내 중도파와 급진좌파의 이념 대결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펠로시 의장도 재신임을 받았지만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그가 이번에 재추대된 건 마땅한 대안이 보이지 않는 데다 집권 초기 강력한 여당이 필요하다는 당내 목소리에 힘이 실렸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초고령 지도부를 향해 세대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펠로시 의장과 호이어 원내대표는 2003년부터, 클라이번 원내총무는 2007년부터 각각 당내 서열 1~3위 자리를 지켜왔다. 펠로시 의장은 인지도가 높고 전투력이 뛰어나지만 ‘노욕이 과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게 받고 있다.

펠로시 의장은 평범한 가정주부로 지내다가 1987년 47세에 하원의원에 당선되며 정계에 입문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7년부터 4년간 야당 소속으로 첫 여성 하원의장을 지내는 등 현재까지 6년간 하원의장을 맡았다. 지난해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을 주도하기도 했다.

하원의장은 미국 내 권력 서열 3위다. 대통령 유고 시 부통령 다음으로 권한대행을 맡는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