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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수첩] 예방대책은 안 보이는 중대재해법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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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업주 처벌 수준만 갑론을박
    산재 감축 방안 논의 집중해야

    백승현 경제부 기자 argos@hankyung.com
    [취재수첩] 예방대책은 안 보이는 중대재해법 논의
    산재 사망사고 발생 시 사업주 처벌 수준을 높이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노동계는 연일 조속한 입법을 요구하고, 정치권에서는 경쟁적으로 법안을 내놓고 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지난 6월 중대재해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산재 사망사고 발생 시 사업주를 3년 이상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상의 벌금에 처하자는 내용이 핵심이다. 지난 12일에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강 의원 법안에 비해 징역형 하한선을 2년으로 낮추는 대신 벌금 하한액을 5억원으로 올린 것이다.

    중대재해란 산업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사망하거나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사고를 말한다. 인재로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4월 이천 물류창고 화재사고 이후 안전 불감증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데다 야당인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협조할 뜻을 비치면서 중대재해법안은 일약 여의도의 핫이슈가 됐다.

    중대재해법은 영국이 2007년 도입한 이른바 ‘기업살인법(Corporate Homicide Act)’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산재 사망사고는 현장 근로자의 실수가 아니라 비용 절감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기업과 사업주의 범죄 행위라는 인식에서 출발한 법이다. 중대재해법안은 이런 바탕 위에 관리감독 의무를 소홀히 한 공무원을 처벌하는 조항도 뒀다.

    반면 정부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과잉처벌’로 위헌 논란이 있는 중대재해법보다는 해당 입법 정신을 담아 산안법을 개정하겠다는 취지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기업 최고책임자가 산재 예방과 관련된 부분에 관심을 두는 것이 사고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하다”며 “현실적인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예방’에 방점을 찍은 이 장관의 발언은 여야를 막론한 처벌 입법 논의에 가려 작은 메아리도 없다.

    중대재해법 제정이건 산안법 개정이건 목적은 산재사고 예방 및 감축이라는 데는 모두가 동의한다. 하지만 현재 입법 논의는 사업주를 어느 정도로 처벌해야 하는지에만 집중돼 있다. 사업주에게 처벌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하겠다는 취지지만, 산재 예방을 위한 시스템 개선 등에 관한 논의는 거의 없다.

    주무부처와 국회 간에, 심지어 같은 당 내부에서조차 조율되지 않은 의견이 쏟아져 나오면서 기업 현장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경영계는 “처벌 강화는 안 된다”는 입장이지만 단일 법안이 마련돼 있지 않다 보니 대안을 제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이라도 노사와 국회, 정부가 모여 가장 효율적인 산재 예방 대안이 무엇인지 진지한 논의를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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