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자산운용사들이 올 3분기 사상 최대 이익을 냈다.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급격히 늘어난 데다 주가가 오르면서 운용보수가 증가한 영향이다.

'ETF의 힘' 운용사들 사상최대 이익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올 3분기 매출 1641억원, 순이익 1314억원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치다. 작년보다 순이익은 143.78% 증가했다. 회계상 미래에셋생명 등의 지분을 매입한 거래에서 매수차익이 발생하면서 이익이 크게 늘었다. 이를 제외한 해외법인 등의 실적도 눈에 띄게 늘었다. 특히 ETF가 효자노릇을 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 ETF 순자산은 작년 3분기 말 40조원에서 1년 새 53조원까지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글로벌 전체 운용자산이 161조원에서 189조원으로 늘어났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각국에서 ETF 부문이 급성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삼성자산운용도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이익을 거뒀다. 올 3분기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657억원, 215억원이다. 매출은 작년보다 4.97% 증가했지만 순이익이 38.71%나 급증했다. 삼성자산운용은 국내 ETF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어 ETF 순자산이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쳤다. 국내 ETF 순자산은 작년 3분기 말 기준 42조5826억원에서 올해 46조1861억원으로 늘었다. 삼성자산운용은 국내 ETF 시장에서 50%가 넘는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강점을 가진 ETF 등으로 기관들의 자금이 유입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KB자산운용도 역대급 이익을 냈다. 올해만 수탁액이 5조8000억원 늘었다. 전체 펀드시장 수탁액은 올해 들어 급격히 줄고 있지만 KB금융지주가 자산운용부문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내부 일임·자문 물량이 늘었다.

운용사들이 좋은 실적을 기록한 데는 주가가 오르면서 펀드기준가가 동시에 올라간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인 운용보수 수익의 경우 작년 3444억원에서 올해 3914억원으로 증가했다. KB자산운용의 올 3분기까지 누적 수수료 수익도 930억원에 달한다. 펀드 전체 수탁액은 줄었지만 주가가 오르면서 펀드기준가가 같이 상승하기 때문에 짭짤한 운용 수익을 낸 셈이다. 업계에선 증시가 내년 상반기까지 상승세를 이어갈 경우 운용사들도 계속 좋은 실적을 거둘 것이라고 보고 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펀드 수탁액이 줄어드는 것보다 지수가 오르면서 운용보수가 늘어나는 것이 회사 이익에는 더 큰 영향을 미친다”며 “다만 상승세가 꺾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각사별로 사업 다각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재원/전범진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