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VC)의 스타트업 투자가 3분기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그동안 누적되어 온 VC들의 드라이 파우더(미집행 투자약정액) 소진이 속도를 내면서 나타난 결과다. 회복을 이끈 주요 투자 유치 분야는 바이오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분야다. 투자로 직결되는 VC들의 벤처펀드 결성도 매우 활발했다. 훈풍이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변수도 적진 않아 보인다.

3분기에만 1조1920억원 … ‘빅딜’은 줄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달 발표한 ‘3분기 벤처투자 및 펀드결성 동향’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VC의 누적투자액은 2조8485억 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누적투자액인 3조1189억 원보다 8.7% 줄어든 수치다.

하지만 3분기에만 국한해서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VC들은 올해 3분기에만 1조1920억 원의 투자를 집행했다. 전년동기 대비 6% 늘어난 수치며, 올해 2분기 대비해서는 34.8%나 증가했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VC들의 올해 초 투자 활동이 침체됐지만 2분기부터 정상 활동이 가능해졌고, 이같은 결과가 3분기에 본격적으로 수치로 집계되고 있는 모습이다.

투자 규모로 보면 ‘빅딜’보다는 300억 원 미만의 ‘중소형’ 투자가 많다. 삼정KPMG가 발표한 2020년 상반기 벤처·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본 유망산업 및 기업분석에 따르면 투자유치 200억 원 미만의 중소형 거래가 전체 90.1%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3분기 중 언론에 보도된 300억 원 이상 투자유치건도 10건 미만으로 전체 투자액(1조1920억 원)의 약 30% 수준이다.
빅딜보다 중소형 투자가 많았던 것은 크게 두 가지 요인으로 분석된다. 우선은 코로나19와 같은 변수의 상황에서 개별 투자의 비중을 낮추고 다양한 기업에 투자하려는 투자 전략으로 해석된다.

대형 투자에서는 옥석가리기가 진행된 것도 또 하나의 요인으로 꼽힌다. 시리즈B 이상의 경우 일부 인기 기업에는 투자자들이 투자유치금액보다 많은 금액을 제안하는 소위 ‘오버부킹’이 일어났다. 반면 선뜻 나서는 투자자들이 없어 투자라운드를 6개월 이상 진행하고 있는 사례도 다수다.

바이오와 이커머스의 약진

이같은 전반적인 시장을 이끈 업종은 바이오와 이커머스다. 이 두 업종은 정부의 벤처투자 집계에서 각각 바이오‧의료, 유통·서비스로 분류된다. 누적투자액 기준으로는 지난해보다 전체 투자액이 줄어든 업종이다.

하지만 3분기에는 독보적인 추세로 투자 유치에 성공하고 있다. 바이오‧의료의 경우 올해 분기별 투자를 보면 1분기 2460억 원, 2분기 1844억 원, 3분기 3375억 원의 투자가 이뤄졌다. 상반기 합산투자액의 78%에 달하는 금액이 3분기에 이뤄졌다. 투자 유치 규모도 굵직하다. 외과수술에 활용되는 복강경수술기구 개발업체인 리브스메드가 400억 원, 뇌질환치료제 개발사인 소바젠이 약 350억 원의 대형 투자 유치에 각각 성공했다.

유통·서비스 분야 역시 상반기 합산투자액의 90%에 달하는 금액이 3분기에만 투자됐다. 특히 이커머스 분야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다. 지난 7월 수산물 유통 플랫폼 인어교주해적단을 운영하는 더파이러츠가 170억 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어 신선 축선물 유통 플랫폼 정육각과 패션쇼핑 커머스앱 에이블리가 각각 130억 원, 370억 원의 VC 투자 유치를 이끌어냈다.

이같은 추세는 4분기에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해당 두 분야에서는 100억 원 이상의 중형급 이상 투자 유치가 다수 진행 중이다. 연내 굵직한 투자유치 성공사례가 추가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정부 주도 벤처펀드 결성도 활발

정부의 자금을 주축으로 한 벤처펀드 결성도 3분기에는 매우 활발하게 나타났다. 올해 3분기 벤처펀드 결성액은 전년대비 31.1%(3506억 원) 증가한 1조4793억 원으로 집계됐다. 누적 결성액도 2조6498억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6.3% 늘었다.

정부의 벤처펀드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다양한 정부부처에서 여러 가지 형태의 펀드 결성을 추진한 효과로 해석된다. 실제 정책금융 출자는 3분기 누적으로 1조239억 원이 집행됐으며 전년동기대비 약 48.2% 증가했다.

벤처캐피털 투자 생태계 특성상 펀드 결성의 증가는 곧바로 ‘투자 효과’로 나타난다. 올해 전반적인 투자액이 줄어든 것에 반해 펀드결성액이 늘어난 것은 드라이 파우더가 크게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향후 투자 여력이 그만큼 충분하다는 점이다.

다만 변수도 있다. 정부출자액 대비 기업, 개인 등 민간출자는 크게 줄었다. 펀드 결성이 정부자금과 민간자금이 결합해 완성되기 때문에 향후 이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출자사업에 선정되고도 펀드 결성에 실패하는 사례가 등장할 수도 있다. 3분기 초 코로나19의 거리두기 단계 격상으로 VC들의 투자활동이 다시 위축됐고, 이같은 결과가 4분기에는 반영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훈풍 속의 변수’는 계속 등장하고 있다.
[김태호의 VC 투자 풍향계] 3분기 벤처 투자 업계는 훈풍, 빅딜은 감소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12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