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얼마나 됐지?"
1985년,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는 야당 총재 이의식(오달수)이 말한다.

옆에 있던 보좌관이 '3년 만'이라고 답한다.

영화 '이웃사촌'의 얄궂은 오프닝이다.

넘치는 감정과 설정…영화 '이웃사촌'
2018년 사회 전반을 휩쓸었던 성폭행 고발 운동인 '미투' 국면에서 연극 연출가 이윤택과 함께 가해자로 지목된 배우 오달수가 의혹을 부인했다가 실명을 건 추가 폭로가 나오자 사과하고 활동을 중단한 뒤 공소시효 만료로 인한 내사 종결로 복귀하는 것도 거의 3년 만이다.

영화는 귀국하자마자 가택 연금을 당하는 이의식과 그의 옆집에서 24시간 도청 임무를 맡게 된 국가안보정책국 도청팀장 대권(정우)의 이야기다.

반공 의식이 투철했던 대권은 이의식의 인간적인 면모에 이끌려 점차 변화한다.

이의식 캐릭터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설정이지만, "정치적 메시지가 아니라 가족의 사랑과 이웃의 소통을 따뜻하게 그리고 싶었다"는 감독의 연출 의도에 따라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과는 다르게 흘러간다.

예리하기는커녕 어수룩하기만 한 도청 팀원들의 몸개그나 나미의 '빙글빙글'이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금지곡이 된 시대의 아이러니를 가볍게 그릴 때까지만 해도 영화는 시의적절한 블랙 코미디로 읽힌다.

넘치는 감정과 설정…영화 '이웃사촌'
하지만 중반부를 지나면서 인물들은 갑자기 정색하며 상황은 비장해지고, 그런 급격한 온도 차에 적응할 새도 없이 감정을 강요한다.

자동차 추격신이 등장하는 액션 영화가 됐다가, 카메라를 응시하며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계몽 영화로 넘어갔다가, 끝내 코믹과 감동을 포기하지 않는 과정에는 억지스러운 설정과 감정이 넘친다.

극과 극을 오가는 대권을 따라가기도 벅차고, '빨갱이'와 빨갱이 아닌 자로 사람을 구분하는 국가안보정책국 김 실장(김희원)도 납작하고 뻔하기만 한 악역에 그친다.

'7번 방의 선물'을 만든 이환경 감독이 연출했다.

2018년 2월 촬영을 마친 직후 오달수의 '미투' 의혹이 제기되면서 개봉이 미뤄졌고, 그 사이 배급사는 워너브러더스코리아에서 리틀빅픽처스로 바뀌었다.

오는 25일 개봉.
넘치는 감정과 설정…영화 '이웃사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