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란 등 120개국 발언 나서…동맹국도 비판 가세
국가별 정례인권검토…미 "늘 선도자, 인권 존중·수호"
유엔 인권이사회서 '흑인사망' 등 미 인권 상황 도마에
스위스 제네바의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9일(현지시간) 미국의 인권 상황과 관련 정책에 대한 비판과 지적이 쏟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불법 이민자 자녀에 대한 억류는 물론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거센 항의시위를 촉발했던 경찰에 의한 비무장 흑인의 잇따른 죽음 등이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날 회의는 유엔 인권이사회의 국가별 정례인권검토(UPR:Universal Periodic Review)에 따른 것으로 올해 미국이 5년 만에 평가대상이 됐다.

국가별 정례인권검토는 인권이사회가 모든 유엔 회원국의 인권상황을 유엔헌장, 세계인권선언, 각종 인권협약, 자발적 공약 등에 비추어 4년마다 정기적으로 검토하고 인권개선을 위한 권고사항을 제시하는 절차이다.

미국의 인권 상황에 대한 비판은 미국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인권 개선 압박을 받았던 국가들 뿐 아니라 동맹국들도 가세했다.

AP통신은 미국의 인권 상황을 논의하는 회의가 이날 열렸으며 상당수 국가의 대표들은 영상으로 회의에 참석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회의에서 발언 시간은 1분 미만으로 제한됐지만 중국과 러시아, 이란, 시리아, 베네수엘라 등을 포함한 거의 120개 국가 대표들이 발언권을 행사했다.

장두안 주제네바 중국대표부의 인권담당 관리는 이날 회의에서 조직적 인종차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정치화, 총기 확산, 민간인 희생을 낳는 미국의 해외 군사 개입 등을 지적했다.

그는 "인권을 가장해 정치적 목적을 위해 다른 나라의 내정 간섭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미국이 중국내 신장위구르 자치구역과 티베트, 홍콩 등에서의 인권 문제를 제기해온 데 대한 반응으로 풀이된다.

시리아 대표는 제재와 미군의 시리아 점령 중단, 전쟁범죄에 연루된 미국에 대한 단죄 등을 주장했다.

유엔 인권이사회서 '흑인사망' 등 미 인권 상황 도마에
동맹국들 사이에서도 미국의 인종차별, 총기 폭력, 사형제 등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호주와 네덜란드 등은 사형집행의 유예를 촉구했다.

독일은 미국의 유엔 인권이사회 재가입을 촉구하는 한편, 국제형사재판소(ICC) 인사들에 대한 제재 철회를 촉구했다.

트럼프 미 행정부는 인권이사회가 이스라엘에 편견과 반감을 보여왔고 자국이 요구한 개혁안 등을 외면했다면서 지난 2018년 탈퇴했다.

지난 9월에는 미군 전쟁범죄 의혹을 수사 중인 ICC 소속 파투 벤수다 검사장 등 관련 인사들을 제재했다.

앤드루 브렘버그 주제네바 미국 대표부 대사는 회의에서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에서의 수감자 감소, 경찰에 의한 흑인 사망자에 대한 수사 착수 등을 거론하면서 "진전과 개혁을 돕는 지속적인 조사와 토론을 허용하고 있으며 이는 민주적 시스템의 강점"이라고 밝혔다.

다만 "우리의 부족한 점은 공개적으로 기꺼이 인정하겠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이날 성명에서 "미국은 투명하고 인권을 존중하는 거버넌스에서 늘 선도자가 돼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면서 "우리는 단순히 미국 내에서의 인권을 논의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인권을 존중하고 수호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