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랭킹 160위 무명 카를로스 오르티스(29·멕시코)가 세계 톱랭커들을 꺾고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첫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9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메모리얼 파크GC(파70)에서 열린 비빈트 휴스턴오픈(총상금 700만달러) 최종라운드에서 5타를 줄였고 나흘합계 13언더파 267타를 쳐 우승했다.

멕시코에서 태어난 선수가 우승한 건 1978년 빅토르 레겔라도 이후 42년만이다. 레겔라도는 당시 쿼드 시티스 오픈에서 우승했다.

오르티스는 멕시코 여자골프 영웅 로레나 오초아와 고향이 같다. 오초아의 홈 코스인 과달라하라GC에서 골프를 배우고 익혔다. 어릴 때 오초아를 보면서 연습했다.

오르티스는 2014년 PGA 2부투어에서 3승을 거두고 1부 투어에 입성했다. 그러나 지난해 거둔 페덱스컵 랭킹 51위가 최고 성적일 정도로 두각을 나타내진 못했다. 올해도 5개 대회에 나섰으나 톱30를 한 번도 못했다.

그러나 이번 주엔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미국), 전 세계랭킹 1위 제이슨 데이(호주), 세계 20위 마쓰야마 히데키(일본)의 추격을 뿌리치며 잠재력을 꽃피웠다. 1타 차 2위로 출발한 그는 9번홀까지 3타를 줄여 선두로 나섰다. 9번홀(파4)에선 10m 넘는 버디를 넣었다. 존슨, 마쓰야마가 쫓아온 16번홀(파5) 승부처에선 두 번째 샷을 홀 2.5m 옆에 붙이는 승부사 능력을 보여줬다. 비록 이글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버디를 낚아채 단독 선두로 나섰다. 파만 기록해도 우승하는 18번홀(파4)에선 5m 버디 퍼트를 성공해 쐐기를 박았다.

오르티스는 우승상금 126만달러(약 14억1360만원)을 가져갔다. 내년 4월 열리는 마스터스 토너먼트 출전권도 함께 챙겼다. 오르티스는 "정말 기쁘다. 특히 제2의 고향인 텍사스에서 우승해 더 뜻깊다"고 했다. 그는 텍사스 댈러스 인근 노스텍사스대학을 다녔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한동안 쉬었다가 투어에 복귀한 존슨은 11언더파 공동 2위에 오르면서 여전한 기량을 과시했다. 마쓰야마가 존슨과 함께 준우승을 차지하며 마스터스를 앞두고 성공적인 전초전을 치렀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