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예산으로 점자도서관 운영 한계…인력 제한돼 점자도서 제작 어려워
점자도서 1권 제작에 2개월…"신간 도서 빨리 읽고 싶어요"
"점자도서 제작을 요청했는데 9개월이 걸렸어요.

신간 책을 빠르게 읽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
시각장애를 앓는 A(58)씨는 올해 초 점자도서관에 우리말 유래를 담은 도서의 점자 제작을 요청했지만 계절이 세번 바뀐 뒤에야 받아볼 수 있었다.

점자 도서는 일반 도서보다 제작이 까다로운데 A씨가 요청한 책은 500페이지가 넘어 다른 책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기 때문이다.

A씨는 "마사지 서적 등 시각장애인들의 수요가 많은 책은 점자도서로 구비돼 있지만, 그 외 도서는 별도로 제작을 요청해야 한다"며 "원하는 책을 읽기 위해서는 최소 두 달은 기다려야 할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점자도서 1권 제작에 2개월…"신간 도서 빨리 읽고 싶어요"
시각장애인들이 과거보다 점자 도서를 이용하기 수월해졌지만, 여전히 예산 문제 등으로 원하는 책을 읽기까지 수개월이 걸리고 있다.

전북도점자도서관에 따르면 보통 점자도서는 크게 네 단계를 거쳐 제작된다.

자원봉사자들이 일반 도서에 쓰인 글자를 한글 프로그램에 일일이 입력하면, 3명의 사서가 한글 파일의 오탈자 등을 교정한다.

교정된 한글 파일을 점자로 변환한 뒤 점역 교정사가 점자를 검토하면 책이 완성된다.

자원봉사자 20명이 한 달에 20권 정도를 꾸준히 한글 파일로 옮기지만, 교정까지 거치고 나면 1권의 일반 도서가 점자 도서로 제작되는 데 최소 2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

자원봉사자들이 한글 파일로 옮기는 속도를 단축한다고 해도 사서와 점역 교정사 인력은 정해져 있다 보니 제작 시간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1년에 1억원 남짓한 예산으로 운영되는 전북도점자도서관은 인건비와 행사 진행비, 도서 구입비 등에 쓸 예산도 빠듯해 현재로서는 사서 인력을 늘리기도 어렵다.

전북도점자도서관 김현지 사서는 "사서 3명이 점자 도서 제작과 도서관 운영, 서가 정리, 행사 준비 등을 동시에 맡고 있기 때문에 점자 도서에 많은 시간을 들이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도서관 지원이 늘어 오탈자 교정 등의 과정 시간만 줄어든다면 시각장애인이 더 빨리 최신 도서를 받아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