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화한 후유 장애유형에 따라 노동능력상실률 산정
법원, 배상액 산정 국산화…낡은 미국식 대신 국내기준 채택
의료과실 손해배상액을 종래의 미국식 산정기준 대신 대한의학회가 정한 평가기준에 따라 산정한 법원 판결이 나왔다.

25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법원의 민사항소4부(이종광 부장판사)는 A씨가 병원 측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약 7천만원의 배상 판결을 내렸다.

이 같은 배상액은 1심보다 1천만원 정도 줄어든 것인데, 1심과 2심의 배상액 차이는 '노동능력상실률' 산정 기준에서 비롯됐다.

노동능력상실률은 후유장해 때문에 상실한 노동 능력의 정도를 비율로 산출한 것으로 손해배상액을 결정하는 핵심 지표 중 하나다.

2018년 선고된 1심 판결에선 의료 과실에 따른 A씨의 후유장해를 인정하고 미국의 '맥브라이드 평가표'를 적용해 노동능력상실률을 24%로 산정했다.

맥브라이드 평가표는 1936년 초판 발행 이후 1963년 개정판을 끝으로 절판된 평가 기준으로 현재까지 국내에서 손해배상액 산정 기준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맥브라이드 평가표는 시대에 뒤떨어진 기준이 포함돼 "국내를 제외하면 사실상 이를 적용하는 사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환자를 진단하고 평가하는 방법에 변화가 생기면서 평가표에 없는 장애 유형이 발생하고 있고, 평가표에 규정된 직업과 현대사회의 직업에 큰 차이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재판부는 "과학적이고 현대적이며 우리나라 여건에 잘 맞는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이 마련된 지금 낡은 맥브라이드 평가표를 계속 붙들고 있어야 할 아무런 필요도 합리적인 이유도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부터라도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을 통일적인 기준으로 삼아 노동능력상실률을 평가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A씨의 노동능력상실률을 18%로 재산정하고 이미 발생한 병력을 뜻하는 기왕증의 영향을 50%로 평가해 최종 9%의 노동능력상실률을 인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