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헌장 연구자 송지우 교수, 학내 논란에 "이미 존재하는 규범 종합 정리하려는 것"
"서울대 인권헌장, 성소수자 차별금지 조항 빠지면 '퇴행'"
"2020년대에 제정되는 서울대 인권헌장이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차별금지 사유에서 누락한다면 차별의 용인을 표현하는 퇴행적 선택이 될 것입니다.

"
'서울대 인권규범 제정을 위한 연구'의 총책임자로 서울대 인권현장 제정 추진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송지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25일 서울대 인권헌장 3조의 '성소수자 차별금지 조항'을 둘러싸고 학내외에서 제기되는 논란에 이런 입장을 밝혔다.

최근 서울대는 학내 인권침해 예방을 위해 송 교수의 연구를 토대로 학교의 기본 규범으로서 인권헌장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헌장에 '서울대학교 구성원은 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성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조항이 포함된 것을 두고 반대 의견을 담은 대자보가 붙고, 그에 맞서 해당 대자보가 혐오를 조장한다며 '대자보 가림막'이 부착되는 등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 16일 서울대에서 열린 '인권 공청회'에서도 해당 조항이 "동성애 반대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등 반대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송 교수는 인권 전공자 입장에서 내용 보전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서울대 인권헌장, 성소수자 차별금지 조항 빠지면 '퇴행'"
송 교수는 "차별금지 원칙은 인권 규범체계와 국제 조약 등에 표준적으로 포함되는 부분"이라며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차별금지 사유로 인식하게 된 것은 도덕적 지평 확장의 최근 사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서울대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에 따라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을 하지 말아야 할 의무가 있다"며 "서울대가 어디에도 없던 인권 규범을 새로 창출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규범들을 대학의 맥락에 맞춰 현대적으로 종합 정리하려는 것이 인권헌장"이라고 했다.

일각에서 "인권헌장이 제정되면 말 한마디로 징계당할 수 있다"는 등 우려가 나오는 데 대해서는 '과장된 해석'이라고 일축했다.

송 교수는 "인권헌장에서는 차별금지 평등권 조항과 함께 표현의 자유,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별도 조항으로 분리해 재차 보장하고 있다"면서 "인권헌장이 특정한 징계·처벌 체계를 결정하고 있지 않으며 권리가 충돌할 때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는 향후 공동체가 고민해나갈 과제"라고 했다.

서울대 학생처는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 등을 토대로 헌장 제정을 위한 후속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영미권 주요 대학들의 인권 관련 규범 등을 연구해온 송 교수는 "인권헌장이 제정된다면 지금까지 이뤄져 온 인권 관련 논의를 종합적으로 체계화했다는 점에서 서울대가 국내외 학계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리라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