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사망 소식에 접종 포기·안전성·제품명 문의 늘어
"백신-사망 간 인과관계 조사 하루빨리 이뤄졌으면"

"독감 백신 맞으려고 병원을 수소문하고 있지만 막상 접종하려니 찜찜한 마음을 떨칠 수 없습니다.

"
독감 백신 접종 후 숨진 사례가 잇따르자 접종 여부를 놓고 우왕좌왕 하는 모습이다.

특히 사망자가 나온 지역에서는 접종자나 예정자들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보건소나 병·의원 등에는 안전성이나 증상, 백신 제품명을 문의하는 전화가 쇄도하고 있으며 일부는 접종을 포기하거나 미뤄 병원 등의 대기자가 눈에 띄게 줄어든 모습이다.

"맞자니 불안, 안 맞자니 찜찜"…백신 접종 놓고 우왕좌왕
강원 춘천에 사는 주부 A(37)씨는 22일 8살짜리 딸의 접종을 망설였다.

딸이 병을 오래 앓아 정기적으로 서울의 대형 병원을 오가야 하기에 독감 예방이 필요하지만 접종 후 사망 사고가 잇따라 불안감에 병원 방문을 미루기로 했다.

울산에 사는 B(62)씨는 오는 27일 오전 동네 의원에서 백신을 접종하려 했으나 생각이 바뀌었다.

지난주 백신 품귀 현상이라는 뉴스를 접하고 접종 못 할까 봐 걱정했지만 이젠 오히려 접종이 불안한 데다 자녀들도 미루라고 권하기 때문이다.

경남 창원 C(25)씨도 "부모님께 이번에는 백신을 맞지 말라고 권했다"며 "코로나에 독감 백신까지 말썽이니 불안감이 크다"고 걱정했다.

경기 수원시민 D(37)씨는 "이번 주 7살, 4살 자녀에게 독감 백신을 접종했는데 이후 사망자가 잇따라 불안하다"며 "독감 백신과 사망자 간 인과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조사가 빨리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맞자니 불안, 안 맞자니 찜찜"…백신 접종 놓고 우왕좌왕
백신 접종을 하는 일부 보건소와 병원 등은 지난주와 비교해 한산한 모습이다,
22일 오전 10시께 경기 수원시 내 한 이비인후과의원은 내원객이 아무도 없어 썰렁했다.

이 의원 관계자는 "이번 주 들어 백신 부작용을 걱정하는 시민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백신 접종을 예약했다가 다시 연락해 취소하는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각 충북 청주시 대한산업보건협회도 한산한 모습이다.

평소 같았으면 독감 백신을 맞으려고 기다리는 줄이 센터 밖까지 이어져 있을 테지만 이날은 대기 줄이 없었다.

경남지역 한 가족보건의원 관계자도 "전날까지 백신을 접종하려는 줄이 길게 늘어져 1시간 이상 대기해야 했지만 오늘은 방문자가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맞자니 불안, 안 맞자니 찜찜"…백신 접종 놓고 우왕좌왕
백신 제품명과 접종 후 증상 등을 문의하는 전화도 크게 늘었다.

수원시 내 한 의원은 최근 백신을 접종한 시민들이 어느 회사 제품인지 전화로 물어 다른 진료를 못 할 정도였다고 했다.

청주시 내 한 의료원 관계자는 "주로 젊은 엄마들이 독감 백신의 종류가 무엇인지, 안전한지 등을 문의한다"며 "백신 접종하러 오는 시민들도 첫날보다 줄었다"고 전했다.

제주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독감 걸리지 않으려고 맞는 백신이 더 무섭다', '상황을 더 지켜보고 접종을 받겠다'는 내용의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이재현 김도윤 고성식 허광무 김솔 천경환 한지은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