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살시도 푸틴 대통령 책임 확신…그들은 더 많은 사람 독살할 것"
"우리는 싸워야 한다…건강상태 100% 복구되면 모스크바로 돌아갈 것"

독살시도를 당한 뒤 회복 중인 러시아 야권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는 18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독살시도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확신한다"면서 "그는 금지된 독극물로 나를 죽이고, 다른 사람들을 겁주는 것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나발니 "금지된 독극물로 겁주기…푸틴은 즐기고 있다"
나발니는 이날 미국 CBS방송 시사프로그램 '60분'과의 인터뷰에서 독살 시도를 당했던 당시를 회상하면서 "승무원에게 '나는 독살당했고 죽을 것'이라고 말하자마자 그의 발치에 누워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고통은 느끼지 않았지만, 죽어간다는 것을 느꼈다.

몸속 모든 세포가 '끝났다'고 외치는 것 같았다"고 묘사했다.

한 승객은 나발니가 괴로움 속에 신음하는 모습을 휴대전화로 찍었다.

나발니는 지난 8월 20일 항공편으로 시베리아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이동하던 중 기내에서 갑자기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이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졌다.

기장은 옴스크에 비상 착륙했고, 의식이 없는 상태로 러시아 병원으로 이송되자 의료진은 그가 독극물에 중독된 게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병원을 떠나지 못하게 막았다.

나발니는 "큰 싸움이었다"면서 "그들은 48시간이 지나면 독극물을 추적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를 48시간이 지날 때까지 붙들어놨다"고 말했다.

아내가 푸틴 대통령에게 남편을 보내 달라고 촉구하는 편지를 쓰고, "그를 보내라"는 온라인 캠페인까지 벌어진 사흘 후에야 그는 독일 병원으로 이송될 수 있었다.

그는 독일 베를린에서 치료를 받고 의식을 회복, 최근 퇴원해 재활 치료 중이다.

독일 정부는 연방군 실험실에서 검사 결과 그의 호텔 방에서 발견된 물병과 혈액에서 노비촉 계열의 화학 신경작용제가 사용됐다는 "의심할 여지 없는 증거"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프랑스와 스웨덴도 이를 확증했다.

이에 따라 군 차원의 노비촉이었다는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게 나발니의 지적이다.

냉전 시대 말기 구소련이 개발한 노비촉에 신체가 노출되면 신경세포 간 소통에 지장을 줘 호흡 정지, 심장마비, 장기손상 등을 초래한다.

나발니는 "내 혈액과 내 몸 안팎, 호텔에서의 물병 표면에서 노비촉이 발견됐다"면서 "독살 시도는 호텔 방에서 이뤄졌는데 어떻게 된 건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노비촉이 묻은 옷을 입어 손과 물병 표면에 묻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간이 발명한 가장 독성이 강한 신경작용제"라며 "이는 새로운 유형의 노비촉이었고, 이는 불행하게도 푸틴 대통령이 이 금지된 화학무기를 새롭게 개발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나발니 "금지된 독극물로 겁주기…푸틴은 즐기고 있다"
러시아는 노비촉을 비롯한 화학무기를 모두 파괴했다고 밝혀왔다.

나발니는 "그것이 그들이 모든 것을 부인하는 이유"라면서 "이는 그들이 여전히 금지된 약물인 노비촉을 갖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푸틴 대통령이 책임이 있다고 확신한다.

푸틴 대통령은 나를 죽이고, 다른 이들에게 겁주기 위해서 이 화학무기를 활용하고 있다"면서 "사람들이 총도 맞지 않고, 몇시간 안에 몸에 아무런 흔적도 없이 쓰러져 죽을 수 있다는 것은 진정 무서운 일로, 푸틴 대통령은 이를 즐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발니는 "노비촉은 아무리 올리가르히(신흥재벌)가 수십억 달러를 들인다고 해도 구하거나 쓰는 게 불가능하다"라면서 "게다가 아직 수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푸틴 책임이 아니라면 왜 수사를 안 하는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뒤 건강 상태와 관련, "미친듯한 망상에 시달렸고, 내가 어디에 있는지, 누군지도 단계적으로 깨달았으며, 말하거나 글을 쓸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후 경과에 대해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나무나 깡통으로 된 사람 같이 느껴진다"면서 "몸은 유연성을 아예 잃었고, 바닥에서 무언가를 줍는 동작도 힘들지만,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발니는 몇달후 100% 건강상태가 회복되면 모스크바로 돌아가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며, "우리는 그 사람들과 싸워야 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절대 그만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다른, 더많은 사람들을 독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인이 죽음에 직면해봤다는 것은 유용할 수 있다.

사람을 변화시키기 때문"면서 "나는 죽음에 직면한 이후 좀 더 인간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나발니 "금지된 독극물로 겁주기…푸틴은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