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 제재 이후 중국 내 '미국산 제품' 불매운동
"아이폰12 교체 수요 3억대 이상, 중국이 20% 차지"
"중국 내 아이폰 68%가 2년 넘어, 5G가 교체 수요 자극"
중국 소비자들의 아이폰 사랑은 대단합니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시노리서치에 따르면 애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2분기(4~6월) 중국에서 1300만대의 아이폰을 팔았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나 늘어난 수치입니다. 애플은 올해 중국 내에서 화웨이와 함께 유일하게 판매량이 전년보다 늘어난 기업입니다. 아이폰11과 함께 지난 4월 출시된 보급형 기기 아이폰SE2가 중국 내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을 제대로 공략했기 때문입니다. 중국 주요 업체인 샤오미·오포·비포 스마트폰 판매량은 이 기간 전년 대비 17% 감소했습니다. 지난 8월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만약 위챗이 미국에서 금지된다면 중국인들은 아이폰과 애플 제품을 쓸 이유가 없다"는 SNS 게시물을 '아이폰'을 이용해 올린 사실이 드러나면서 중국인들의 '애플 사랑(?)'이 또한번 표출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졌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틱톡'에 이어 '위챗' 서비스 마저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을 두고 중국 정부 관계자가 '애플 제품 불매도 불사하겠다'는 글을 정작 아이폰을 사용해 올린 것입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교체 수요입니다. 댄 아이브스 미 증권사 웨드부시 애널리스트는 "향후 12~18개월 내 아이폰12 교체 잠재 수요는 3억5000만대"라고 내다봤습니다.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특히 중국을 거론하며 "아이폰 교체 수요의 약 20%가 중국에서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도 보고서에서 "중국인들이 사용하는 아이폰 중 68%가 2년 이상 됐다"며 "아이폰12 출시로 인한 교체 수요는 최근 4년 이내 가장 큰 규모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애플 사상 첫 5세대 통신(5G) 스마트폰인 아이폰12가 중국 소비자들의 교체 수요를 자극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중국에선 벌써부터 '여론전'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지난 14~15일 중국 인터넷 포털 '바이두'엔 '내가 아이폰12를 사지 않아야 할 이유(阻止我买iPhone12的理由)'가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 올랐습니다. 아이폰의 단점을 나열하는 기사들도 쏟아졌습니다. 경제매체 중국경제정보망은 "매번 같은 디자인, 비싼 가격을 감수하고 굳이 5G 아이폰으로 업그레이드 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 IT전문지 하이테크망은 "배터리 수명이 전작 대비 줄었고, 충전기도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을 거론하며 자국 제품 구매를 유도했습니다.
애플은 이번에도 전통적 효자 시장인 중국을 제대로 공략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애플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아이폰12 시리즈 4종을 공개하며 중국을 미국, 영국, 일본과 함께 1차 출시국에 포함시켰습니다. 상위모델인 아이폰12 프로(999달러)와 아이폰12 프로맥스(1099달러)에는 중국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골드' 색상도 적용했습니다. 미 정부의 제재에 불만을 품고 '애국주의' 소비를 이어가고 있는 중국 소비자들의 선택을 지켜봐야겠습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