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감정·현장검증 과정서 "의구심 없었느냐" 질문에 "없었다" 내달 2일 이춘재 증인으로 출석…올해 안에 재심 선고기일 잡힐듯
'진범 논란'을 빚은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당시 담당 검사가 법정에 나와 "재심 피고인의 자백을 믿고 기소 결정을 내렸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수원지법 형사12부(박정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사건 재심 7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당시 사건을 담당 검사 A씨는 윤성여(53)씨가 검찰에서 억울함을 호소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없었다"고 답하며 이같이 말했다.
A씨는 "내가 기억하는 재심피고인은 말이 없고 착했다.
불우하다는 느낌이 들었을 뿐 그 이외에 다른 느낌은 없었다"며 "피고인이 많은 말을 해주면 진실을 가리기 쉬운데 묻는 말에 끄덕하는 정도였다"고 주장했다.
윤씨의 변호인 측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서상에 나타난 현장 발견 체모와 윤씨의 체모의 방사성동위원소 분석값이 큰 차이를 보이는 점을 지적하며 "일부 수치는 도저히 동일인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오차가 큰데 의구심을 갖지 않았느냐"고 물었고, A씨는 "갖지 않았다"고 답했다.
또 키 165㎝에 소아마비로 하반신이 불편한 윤씨가 149㎝ 높이의 담벼락을 넘어 범행 현장으로 침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히며 "현장검증에서 윤씨가 담을 넘는 것을 봤느냐"고 질문했으나, A씨는 "팔로 담을 짚고 상체가 올라간 것은 봤지만, 반대편으로 넘어간 장면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A씨는 "재심피고인이 당시 너무나 순수하게 자백을 했다"며 "아쉬운 점이 있다면 현장검증을 할 때 족형(발자국의 형태)을 찍고 확인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열린 6차 공판에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했던 A씨는 휠체어를 타고 나와 2시간 넘게 증인신문을 마친 뒤 "이번 사건으로 한 사람도 억울한 사람이 없었으면 한다"고 끝을 맺었다.
이 밖에 통계학 전문가와 화학 분야 전문가가 증인으로 출석해 윤씨의 유죄 판단 근거로 쓰인 방사성동위원소 분석 결과를 두고 각 분석값 간 편차가 큰 점 등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증인인 전직 국과수 직원 2명은 당시 국과수 조직 체계 등에 대해 증언했다.
재판부는 오는 26일 한 차례 더 공판을 열어 남은 증인신문을 진행한 뒤 내달 2일에는 이춘재(56)를 직접 법정에 부르기로 했다.
재판부는 이춘재의 증인신문을 끝으로 내달 19일에는 결심공판을 할 계획이다.
이런 점에 미뤄보면 선고기일은 올해 안에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이춘재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박모씨 집에서 13세 딸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을 지칭한다.
이듬해 범인으로 검거된 윤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상소하면서 "경찰의 강압 수사로 허위 자백을 했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2심과 3심 재판부는 이를 모두 기각했다.
20년을 복역하고 2009년 가석방된 윤씨는 이춘재의 범행 자백 이후인 지난해 11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올해 1월 이를 받아들여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