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랜드도 3만명 자르는데…서울랜드가 일자리 지킨 비결
경기도 과천 서울랜드가 근로자는 임금을 양보하고 회사는 고용을 유지하는 노사 협약을 통해 195명의 일자리를 지켜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이용객이 급감하면서 직격탄을 맞았지만 노사가 한발씩 양보해 위기를 극복하기로 뜻을 모은 것이다. 코로나19발 경영 악화로 고용 유지를 놓고 노사 갈등을 빚고 있는 사업장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서울랜드와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서울랜드 노사는 지난 8월 31일 고용안정 협약을 체결하고 전체 직원 276명 중 195명에 대해 최대 30%까지 임금을 줄이기로 했다. 근로자가 월 3~8일의 무급휴직을 신청해 임금을 덜 받는 방식을 통해서다. 임원 4명은 급여의 30%를 반납키로 했다. 회사는 직원들의 양보에 대한 조치로 내년 2월까지 고용조정을 하지 않기로 했다.

서울랜드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지난해 150만명에 육박했던 이용객 수가 올들어 8월까지 60%이상 급감했다.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 제도가 있지만 문을 닫지않는 이상 직원들을 한달 이상 쉬게 할 수 없는 유원시설업 특성상 고용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미국 월트디즈니도 디즈니랜드와 디즈니월드 등 미국 내 테마파크 직원의 14%에 달하는 2만8000명을 자르기로 하는 등 전세계 테마파크에 감원 한파가 몰아칠 때였다.

서울랜드는 고용부에 대량 권고사직 신고가 접수되면서 대량 해고가 가시화되는 듯 했다. 하지만 권고사직 접수는 경영 위기에 내몰린 회사와 고용 불안을 겪고 있는 직원들이 다시 희망을 갖게 만든 계기가됐다.

고용부 안양지청 근로감독관이 현장을 찾아 고용안정 협약 지원금 등에 관한 컨설팅을 제공했고, 노사가 서로 한발씩 양보해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협약을 이끌어냈다. 이의창 서울랜드 근로자대표는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직원들도 협약에 동의했다"며 "분기별로 경영진과 소통의 시간을 갖는 등 평소에 쌓아둔 신뢰와 소통 문화도 한몫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운영하는 노사 고용안정 협약 지원 프로그램은 근로자들이 임금 삭감을 받아들이는 대신 회사가 고용유지를 약속하면 근로자 1인당 줄어든 임금의 최대 50%(최대 50만원)를 6개월간 지원하는 제도다. 고용부는 지난 7월 3차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관련 예산 350억원을 확보했다. 지난 8월까지 총 94개 사업장의 신청을 받아 근로자 7045명에 대해 총 62억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업종 특성 상 사업장 전체가 휴업·휴직 조치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노사가 조금씩만 양보하면 가장 적은 비용과 희생으로 고용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고용부는 서울랜드에도 향후 6개월간 총 3억4400만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근로자 1인당 월평균 33만원씩 받게 되는 셈이다.

한편 임서정 고용부 차관은 이날 서울랜드를 방문해 노사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협약을 맺은 노사를 격려하고 현장 의견을 수렴했다. 임 차관은 "심각한 경영 위기 속에서도 노사가 협력해 일터와 일자리를 지켜냈다"며 "이러한 노사의 양보와 협력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