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척 확진 선원 16명 모두 무증상…1척은 우리 당국 검사 결과에 반발하기도
러 현지 2차 대유행에 음성확인서 무용지물…항만방역 강화해야
감천항 또 집단감염 악몽…무증상 러 선원 대거 입항 당국 긴장
지난 11일부터 3일간 러시아 선박 3척에서 16명의 확진자와 내국인 접촉자 4명이 발생하면서 강화된 방역 조치가 요구되고 있다.

또 확진자가 나왔지만 하선을 거부한 선박이 회항 조치되는 초유의 상황도 발생했다.

◇ 확진 선원 16명·접촉자 4명…방역당국 "현지 2차 유행 탓"
14일 부산국립검역소에 따르면 지난 11일부터 3일간 러시아 선박 3척에서 16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지난 11일 선원 23명이 탑승한 코레노보스크호에서 선원 11명, 지난 12일 20명이 승선한 티그르2호에서 선원 3명, 지난 13일에는 10명이 승선한 사르간호에서 선원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확진 판정을 받은 16명 모두 무증상 환자다.

검역소 측은 음성판정을 받은 선원들은 선내 격리에 들어갔고 필요 시 추가 진단검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3명과 2명의 확진자가 나온 티그르2호와 사르간호는 모두 냉동냉장선으로, 이들과 접촉한 내국인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코레노보스크호에 올라 접촉자로 분류된 내국인은 4명이다.

이들은 해운 대리점 직원으로 지난 7∼11일 사이 외항에 대기 중이던 코레노보스크호에 업무차 올랐다.

검역소 측은 내국인들이 승선한 것에 대해 "해당 선박이 음성 판정을 인증하는 유전자 증폭(PCR) 음성확인서 제출을 완료했고, 승선 검역에서 코로나19 관련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며 "문제의 선박은 화물선인데, 내국인과 접촉이 많이 발생하는 냉장·냉동선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전수검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접촉자로 분류된 대리점 직원 4명은 당시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였고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이처럼 러시아 확진자가 또다시 대거 발생한 이유에 대해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지난 13일 열린 브리핑에서 "(러시아에서) 코로나19 상황 자체가 2차 유행이라고 부를 정도로 상당히 증가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최근 러시아에서는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1만3천명대에 들어서는 등 급속한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초·중순 확진자가 1만1천명을 찍었다가 감소세로 들어섰지만, 9월 초 다시 증가세로 들어선 뒤 빠르게 늘어 현재 누적 확진자 수가 세계 4위 규모다.

◇ 11명 확진 러 선박 "증상 없다" 하선 거부…첫 회항 조치
지난 11일 확진자 11명이 나왔던 코레노보스크호는 하선을 거부하면서 본국으로 돌아가게 됐다.

러시아 화물선인 이 배는 지난 6일 부산항에 선원 23명을 태우고 들어왔지만, 선석 배정과 기후 악화 문제로 그동안 외항에 머물렀다.

일부 선원이 하선을 신청하자 방역당국은 이들을 상대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했고, 그 결과 11명이 무증상 상태에서 확진판정을 받았다.

이후 방역당국은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치료를 위해 하선을 요구했지만, 선박 측은 이를 거절했다.

이들은 확진 판정을 받은 선원들이 코로나19 관련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선박에서 내리기를 거부했다.

지난 13일 선박 측과 협의를 이어가던 검역소 측은 결국 문제의 배에 대해 회항 조치를 결정했다.

이는 검역법 15조에 따른 조치로, 검역소장은 감염병에 걸렸거나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 등에 대해 진찰, 격리 등 일정 조처를 할 수 있다.

만약 검역소장이 조치를 시행할 수 없는 경우 선장에게 이유를 알리고 회항이나 다른 검역 장소로 이동할 것을 지시할 수 있다.

이 경우 해당 운송수단의 장은 그 지시에 따르게 돼 있다.

코레노보스크호는 검역소 지시에 따라 정비를 마친 후 오늘(14일) 중 회항할 예정이다.

◇ '유명무실' 음성확인서 제출…"방역대책 강화 필수"
확진자가 나온 선박 3척은 음성판정을 인증하는 PCR(유전자 증폭) 음성확인서 제출을 완료했거나 제출 대상이 아니었다.

현재 러시아에서 승선하는 선원은 입항 전 PCR 확인서를 해운대리점을 통해 검역소에 미리 제출하고 있다.

이후 배가 정박한 후 검역소 측이 선원 전수검사와 함께 실물 PCR 인증서를 제출받는다.

검역소에 따르면 11명의 확진자가 나온 코레노보스크호와 3명의 확진자가 나온 티그르2호의 경우 결격 사항 없이 PCR 음성확인서 제출을 모두 완료했다.

2명의 확진자가 나온 사르간호는 러시아에서 출항했지만 도중에 교대한 선원이 없어 PCR 음성확인서 제출 대상 선박이 아니었다.

이에 러시아에서 출항 시 음성판정을 받은 이들이 국내 입항과 함께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당국의 강화된 방역 대책이 필요해진 상황이다.

이로써 지난 6월부터 부산항에 입항한 러시아 선박 17척에서 확진자 117명이 나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