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국 소방장 "국가에서 출동 건수·유해물질 노출 등 체계적 관리해야"
국감장 나온 암투병 '강철소방관' "국가에서 버림받은 기분"
"국가로부터 버림받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반려동물도 병들었다고 내치지 않는데…."
13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의 소방청 국정감사장에는 희소 질환인 혈관육종암으로 투병 중인 현직 소방관이 참고인으로 출석해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소방관들의 현실에 국가가 더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호소했다.

인천 강화소방서 소속으로 김영국 소방장(40)은 지난달 인사혁신처의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에서 공무상 요양(공상)을 승인받았다.

공상은 공무원 재해보상법에 따라 공무원이 재직 중 공무로 다치거나 질병에 걸리는 경우 등에 한해 인정되며, 인정 기간에 요양 및 재활 비용이 지급된다.

이전에는 소방관이 혈관육종암 등 희소 질환에 걸려도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려워 공상 신청을 기각당한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인사처는 김 소방장이 수행한 업무와 특수한 근무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유해물질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공상으로 인정했다.

김 소방장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이형석 의원의 참고인 신청으로 국감에 참석해 "소방을 직장이 아닌 업으로 여기며 살았는데 불현듯 찾아온 병마와 그에 따른 공상 인정이 불투명할 때는 국가로부터 버림받은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집에서 키우던 반려동물도 병들었다고 내치지 않는 세상인데 소방관의 인권이 국가로부터 존중받지 못하는 현실이 개탄스러웠다"고 토로했다.

김 소방장은 또한 "(질병과 업무의 인과관계 입증하기 위한 자료를) 조직 차원이 아니라 동료들 도움을 받아 확보했고 항암으로 고통스러운 와중에 직접 정리해서 제출했다"며 소방관 개인이 공상 증명책임을 지는 상황을 개선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각 소방서에 공상업무 담당자가 1명 정도밖에 없는데 복지 전담부서를 신설해서 대원들 출동건수 관리와 현장(에서 접하는) 유해물질과의 인과관계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철 소방관'이라는 별명으로도 알려진 김 소방장은 "지금까지 1천명 정도를 구했는데 앞으로 1천명을 더 구하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다.

이형석 의원은 이와 관련해 "소방관 공무상 재해입증 지원사업이 민간에 맡겨져 예산도 없이 후원금에 의존해 본인이 직접 하게 돼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정문호 소방청장은 "국립소방병원이 설치되면 건강관리센터를 두고 소방관 임용부터 퇴직 때까지 건강관리 데이터와 유해물질 노출 정도를 관리해서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정 청장은 공상 입증 책임 문제와 관련해서는 "공상추정법을 추진해 정부에서 공상이 아니라는 걸 입증하도록 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입법이 되기까지 과정에서도 국가가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국감장 나온 암투병 '강철소방관' "국가에서 버림받은 기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