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지 한 달 넘은 '안덕이' 사진 홈페이지 첫 화면에 버젓이 게시
마린파크서만 최근 10여년 간 5마리 폐사…극심한 스트레스가 원인

제주의 수족관형 돌고래 체험 관광시설인 마린파크에서 지난 8월 말 또다시 돌고래 한 마리가 폐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최근 10년간 이곳에서 죽어 나간 돌고래의 수는 무려 5마리에 달한다.

"언제까지 죽일 셈인가"…제주 마린파크서 돌고래 또 폐사
핫핑크돌핀스는 7일 성명을 통해 큰돌고래 '안덕이'의 폐사 사실을 알리고, 마린파크 측의 부적절한 돌고래 사육 행태를 규탄했다.

마린파크는 다큐멘터리 '더 코브(The Cove)'로 유명해진 돌고래 학살지인 일본 와카야마현 다이지 마을로부터 2011년 암컷 큰돌고래 '안덕이'를 수입해왔다.

핫핑크돌핀스는 "2019년 4월 마린파크를 찾아 사육 중인 돌고래들의 활동 상태를 점검했을 때 이들은 심한 정형행동을 보였다"며 마린파크 돌고래들의 폐사가 예견된 일이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점검에 참여한 핫핑크돌핀스 한 활동가는 "네 마리 돌고래들은 너무나 단조로운 환경에서 아무런 할 것도 없어서 그저 수면 위에 둥둥 떠 있거나 무의미한 동작을 계속 반복하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돌고래들이 마음껏 움직이기 힘든 좁은 수조에서의 감금 생활 때문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심리적, 정신적으로 상해를 입은 상태로 보였다"고 말했다.

특히 '안덕이'의 경우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구석에 들어가 미동도 없이 가만히 수면에 떠 있는 모습이 확인됐었다고 핫핑크돌핀스 측은 전했다.

"언제까지 죽일 셈인가"…제주 마린파크서 돌고래 또 폐사
핫핑크돌핀스는 "고래류를 사육하는 시설이라면 당연히 해양동물을 전문으로 관리하는 수의사를 고용하여 돌고래들의 상태가 나빠지기 전에 적정한 사육환경 마련하고 행동 풍부화 등 다양한 활동 프로그램을 통해 폐사를 예방했어야 했다"며 마린파크 측이 '안덕이'의 폐사를 방치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해양수산부도 지난 9월 10일 '마린파크 수족관 서식실태 점검 결과'를 통해 마린파크에 대해 '수질 관리 방법 보완' '보유생물 검사 및 관리 부족', '돌고래 정형행동 보임', '행동 풍부화 및 메디컬 트레이닝 시급' 등의 지적을 했었다
핫핑크돌핀스는 "해양수산부와 제주도 등 마린파크 관리·감독 의무가 있는 행정당국은 돌고래 폐사를 막지 못한 직무유기를 반성하고, 큰돌고래 폐사 원인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이어 "마린파크처럼 제대로 돌고래를 사육하기가 불가능한 시설에 대해서는 영업정지나 폐쇄 등 보다 강력한 행정명령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올해 들어 폐사한 돌고래는 7월 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의 벨루가 '루이', 같은 달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의 큰돌고래 '고장수', 마린파크의 큰돌고래 '안덕이'까지 모두 3마리다.

마린파크 측은 '안덕이'가 폐사한 지 한달이 훌쩍 지난 7일 현재도 돌고래 '화순이', '안덕이', '낙원이', '달콩이'의 사진을 나란히 누리집 첫 화면에 게시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