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경찰, 국회의원 당선인 1명 기소의견 송치…신원·혐의는 비공개
"국민 알 권리 침해…고위 공직자·국회의원 위법행위 공개가 옳아"
"법 위반자·혐의 공개 불가"…피의사실 공표금지 부작용 현실화
경찰이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사범 수사를 하며 '피의사실 공표 금지' 원칙을 엄격히 적용, 국민의 알권리 보장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북지방경찰청은 6일 21대 총선 선거사범 공소시효 만료가 아흐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당선인에 대한 수사 상황을 일절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경찰의 엄격한 정보 차단 탓에 유권자들은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당선인이 누구인지, 어떠한 부정을 저질렀는지 등 최소한의 알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실제 전북경찰은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도내 국회의원 5명을 수사해 이 중 1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고, 나머지 4명은 혐의가 없는 것으로 보고 내·수사를 종결했다.

전북경찰은 지난 5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러한 상황을 밝히면서도, 이들이 저지른 구체적 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거나 수사받은 당선인의 신원에 대해서도 피의사실 공표금지 원칙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언론 보도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널리 알려진 한 당선인의 부정 의혹에 대해서는 '특정 후보자 수사 결과는 피의사실공표 등(으로) 답변 불가한 점 양해 바람'이라고 자료에 적었다.

경찰이 내세운 피의사실 공표죄는 형법 제126조에 명시된 내용이다.

검찰·경찰·기타 범죄 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보조하는 자는 수사 과정에서 알게 된 피의사실을 기소 전에 공표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중대한 오보나 추측성 보도를 방지할 필요가 있을 경우나 범죄로 인한 피해의 급속한 확산이 우려되는 경우 등 일정한 요건이 갖춰진 상황에 대해서는 제한적으로 예외를 두기도 한다.

경찰은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선거사범에 대해서는 이러한 예외를 적용해 외부에 피의사실을 알릴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피의자가 당선인이어서 사회적으로 미칠 파장이 적지 않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로 피의사실 공표 금지를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권자들은 경찰의 이러한 방침이 민주사회에서 중대한 가치로 여겨지는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고 문제를 제기한다.

전주에 사는 30대 A씨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기관에 몸담은 고위 공직자나 국회의원의 위법이 드러난 경우에는 명백히 공개하는 게 옳다고 본다"며 "민의를 대표하는 사람을 뽑는 과정에서 반칙이 나왔는데 이를 투명하게 밝히지 않고 넘어간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