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법 위반 1호 판사' 대법원 입성…문대통령 임명 대법관 10명으로
사회적 약자·소수자 보호 판결에 힘 실릴듯

오는 8일 권순일 대법관이 퇴임하고 후임으로 이흥구 후보자가 대법관에 취임함에 따라 대법원 재판부의 판도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이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소수자 보호를 중요한 책무로 강조해 사회적 약자의 권익 보호에 무게를 둔 판결에 힘이 실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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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대통령 임명 대법관 10명으로 늘어
6일 법조계에 따르면 권 대법관이 퇴임하면 재판부를 구성하는 김명수 대법원장과 12명의 대법관 중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은 박상옥·이기택·김재형 대법관 3명만 남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이 10명이 되면 대법원 재판부의 진보적 색채가 더 짙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후보자가 대법관이 되면 대법원 재판부는 흔히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우국민'(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출신으로 절반 가까이 채워진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우리법연구회 출신이고 국제인권법연구회에서 초대 회장을 지냈다.

박정화·노정희 대법관은 우리법연구회, 김상환 대법관은 국제인권법연구회에서 각각 활동한 경험이 있다.

김선수 대법관은 민변 부회장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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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자도 서울에서 판사 생활을 할 때 우리법연구회에서 활동했다.

특히 그는 국가보안법으로 처벌받은 전력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치적 편향'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이 후보자의 대법관 취임으로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의 인권 보호 등 진보적 판결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그러나 대법관들의 출신 배경만으로 판결 방향을 예단하는 것은 기계적이고 일차원적인 추측이라는 지적도 많다.

사법부의 판단을 정치적으로 비판하기 위한 빌미로 악용하는 것 아니냐는 경계도 있다.

이 후보자도 인사청문회에서 "우리법연구회는 노동법 법리와 재판제도 등을 연구·토론하는 모임이며 좌편향을 지닌 판사들의 모임이라고 볼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진보 성향의 대법관이 늘면서 최근 이재명 경기지사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처분취소 사건 등에서 진보적 판결이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사회적 약자의 권익 보호나 표현의 자유를 바라보는 사회 인식이 과거와 달라졌고 대법관들의 법리 해석 역시 이런 시대적 변화를 반영한 것이란 지적을 무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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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수' 대법관들의 '진보' 판결 눈에 띄어
실제로 정치적으로 민감한 판결 중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대법관들이 예상과 다른 의견을 내놓은 사례가 적지 않다.

전교조 사건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임명한 3명의 대법관 중에서 박상옥·김재형 대법관이 정부의 법외노조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두 사람은 이른바 '일자리 대물림' 논란이 일었던 현대·기아차 산재 사망자 유족 특별채용 단체협약 사건에서도 단체협약에 따라 유족 자녀를 채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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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김재형 대법관은 이재명 경기지사 사건에서 TV 토론회의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며 이 지사를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두 대법관은 임명 과정에서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임명 동의에 반대했던 인물들이다.

박상옥 대법관은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담당 검사 경력 탓에 당시 야당이 반발해 여당 단독으로 임명동의안을 처리했다.

김재형 대법관은 법조계 엘리트 모임인 민사판례연구회의 지원을 받아 후보자로 제청됐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대법관마다 개인 성향이 있겠지만 최근 결과를 보면 일반적으로 알려진 성향과 다른 경우가 있어 소신에 따른 판결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