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자가 31일 하루 동안 1조6000억원 넘는 매물을 쏟아내면서 코스피지수를 1%가량 끌어내렸다. 1999년 집계 이후 사상 최대 순매도였지만 개인이 받아내 시장 충격은 크지 않았다. 증권가에선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경기 우려, 공매도 금지 연장, MSCI지수 리밸런싱 등을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외국인, 1.6兆 사상최대 '팔자'…개미가 모두 받아내 '충격 흡수'
이날 코스피지수는 1.17%(27.63포인트) 내린 2326.17로 마감했다. 상승 출발했지만 곧 외국인 매도 물량에 발목이 잡혔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순매도는 사상 최대인 1조6361억원에 달했다. 코로나19 1차 확산 때인 지난 3월 9일의 1조3125억원보다 순매도 규모가 컸다. 이를 개인이 1조5696억원어치 순매수하며 받아냈다. 지난 5월 4일(1조7000억원)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큰 개인 순매수다.

대규모 외국인 순매도 원인을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한지영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MSCI지수 리밸런싱이 다른 요인보다 큰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이 MSCI지수 리밸런싱 당일인 데다 외국인 순매도 가운데 1조4661억원이 비차익 프로그램 매매를 통해 나온 점을 근거로 들었다. 비차익 프로그램 매도는 보통 상장지수펀드(ETF)와 인덱스펀드 등 패시브 자금이 국내 증시에서 이탈할 때 나타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재확산에 국내 경기가 다시 냉각될 것이란 우려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날 외국인 순매도는 3월 패닉 국면에 버금가는 규모”라며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코로나19 재확산도 분명 외국인 자금 이탈을 부채질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발표된 7월 소매판매 지표가 부진해 우려를 더욱 높였다는 지적이다. 7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6.0% 감소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8월과 9월 소비 충격은 더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공매도 금지 기간을 내년 3월 15일까지 6개월 연장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헤지 수단이 줄어 외국인 현물 투자자 입장에선 불확실성이 커지면 포지션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