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 이후 외국인들이 빠져나가고 있는 홍콩 부동산 시장을 중국 본토 투자자들이 잠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현재 홍콩 상업용 부동산 시세는 홍콩보안법 시행 전보다 30%가량 떨어졌다. 지난해부터 송환법 반대 시위가 이어진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 등이 겹치면서다.

홍콩보안법 시행으로 외국인도 처벌받을 수 있어 외국 기업들이 잇달아 철수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 기업 미들랜드 IC&I의 대니얼 웡 최고경영자(CEO)는 “정치적 리스크가 커져 외국인 투자자들은 홍콩에 대한 투자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중국 본토 투자자는 외국인이 빠져나가면서 가격이 폭락한 홍콩 부동산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8월 한 달 동안에만 중국 본토 투자자들이 상업용 빌딩 두 개와 호텔을 사들이는 등 40억홍콩달러(약 610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매입했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CBRE의 리브스 옌 홍콩 자본시장 총괄은 “대형 빌딩 대부분은 중국인 투자자가 매입하고 있다”며 “홍콩보안법이 본격 시행된 7월부터 거래량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본토 투자자들은 시세보다 싼 매물을 찾고 있다”며 “그들은 장기적으로 홍콩 부동산 시장이 되살아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고 했다.

올 들어 홍콩 상업용 부동산 거래 시장에서 중국인이 차지한 비중은 39%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19%)에 비해 두 배가량으로 증가한 수치다. 업계에서는 홍콩 부동산 시장에 대한 중국 본토인의 투자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