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집회 참가 사실을 끝까지 발뺌하던 광주 일가족 5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나서야 "다녀왔다"고 시인했다. 31일 광주시에 따르면 일가족 5명은 지난 29일~30일 진단 검사에서 잇따라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광주 363번, 369~371번, 373번 확진자로 분류됐다. 집회 후 보름이 지나서야 확진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동안 이들과 접촉한 시민이 감염 불안에 떨고 있는 가운데 뒤늦은 확진 이유는 363번 확진자가 광화문 집회 참석 사실을 숨긴 탓이다. 앞서 광주시는 중앙 방역당국으로부터 광화문 주변 기지국 통신 내역 조사 결과를 건네 받고 '숨은 확진자' 찾기에 나섰다. 시 방역당국은 171명 명단에 포함된 20대 남성 A 씨에게 세 차례 전화해 코로나19 검사를 독려했다. 이 과정에서 A 씨의 어머니는 전화를 받아 "광화문 집회와 관련 없다"고 전화를 거부하기도 했다. 방역당국이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끝에 A 씨는 진단 검사에 응했고, 지난 25일 첫 번째 검사에서 결과가 모호하게 나오자 28일 재검을 통해 29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는 광주 363번 확진자로 판정을 받고 나서야 "광화문 집회에 다녀왔다"고 당국에 알렸다. 밀접 접촉자인 가족들에 대한 검사 결과 가족 5명 전원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나머지 가족 역시 확진 판정 뒤에야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사실을 진술했다. 이들은 모두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지만 기지국 휴대전화 수신정보를 토대로 확보한 집회 참석자 명단에는 363번 확진자만 확인됐다. 광주시는 나머지 일가족 4명이 의도적으로 휴대전화를 꺼놨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일가족 확진으로 인한 n차 감염 확산도 우려된다. 광화문 집회 참석 사실을 숨긴데다 363번 확진자가 양성 판정을 받은 지난 29일 일가족 4명은 북구 양산동 소재 도매센터를 방문하는 등 일상생활을 해왔기 때문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가족 1명이 검사 받을 때조차 다른 가족들은 검사를 받지 않다가 접촉자로 분류되고 나서야 검사를 받았다"면서 "역학조사 과정 등 정황을 면밀히 분석해 고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더 이상 버틸 수 없다.”지난 주말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만난 식당·카페 주인, 체육관 운영자 등 자영업자들은 입을 맞춘 듯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올 3월 봉쇄령을 내린 지 5개월여 만에 경제 수도가 유령도시로 전락했다며 한탄했다.뉴욕은 지난 17일부터 볼링장 등 일부 체육시설 영업을 허가한 데 이어 24일엔 미술관 박물관 수족관 등의 재개장을 허용했다. 하루 1만 명을 넘던 확진자가 500~600명 수준으로 확 떨어진 덕분이다. 하지만 오랜만에 재개장한 탓인지 방문객이 많지 않았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엔 관람객이 2~3명에 불과한 전시실이 적지 않았다. 실내 카페는 문을 닫은 상태였고, 직원 한 명이 생수만 팔고 있었다. 이 미술관은 봉쇄령 이후 전체 직원의 20%인 80여 명을 해고했다. 한 직원은 “지금은 예약 회원만 입장이 가능하다”며 “최대 수용능력 대비 25%까지 받을 수 있지만 다 차지 않는다”고 말했다.시내 헬스장 중 문을 연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대부분 전화조차 받지 않았다. 뉴욕주에서 재개장을 허용했지만 시 차원에서 환기시설 구비 등 갖가지 규제를 내걸고 있어서다. 내부 시설을 점검하고 있던 맨해튼의 ‘X93 피트니스’ 관계자는 “문을 다시 열더라도 회원들은 무조건 마스크를 쓴 채 운동해야 한다”며 “다음주부터 1주일에 이틀만 개장할 계획”이라고 했다.금융 중심지 위상에 걸맞지 않게 은행들도 극도로 몸을 사렸다. 웰스파고 등 은행 지점들은 예약하지 않은 고객이 찾을 때마다 정문에서 돌려보내고 있었다.가장 심각한 건 식당과 카페다. 수개월째 실내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배달·포장 서비스 확대는 물론 야외 테이블을 설치하고 있지만 한계가 분명해 보였다. 뉴욕 내 2만5000여 개 식당·주점 중에서 야외 영업이 가능한 곳은 절반도 안 된다는 게 뉴욕시 접객업협회 측 설명이다.미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3월 이후 뉴욕에서만 식당 1300여 곳이 부도를 냈다. 사라진 식객업 일자리는 16만 개에 달한다. 비교적 고급인 A레스토랑 주인은 “임차료는 그대로인데 매출은 작년 대비 30% 수준”이라며 “뉴욕엔 추위가 일찍 찾아오기 때문에 야외 영업도 곧 접어야 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뉴욕에서 사람이 몰리는 곳은 따로 있었다. 대형 할인점과 공원이다. 코스트코 타깃 월마트 등에는 입장 대기 줄이 길었다. 재택근무 장기화의 영향이다. 센트럴파크도 마찬가지였다. 공원 내 어린이 놀이시설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최근 영업을 재개한 안경점 앞에도 긴 줄이 형성됐다. 안경 체인점인 와비파커 직원은 “그동안 안경을 구입하지 못했던 소비자들이 한꺼번에 몰린 것 같다”고 말했다.뉴욕 경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뉴욕시도 심각한 재정난에 빠졌다. 세금이 턱없이 부족해져서다. 지금 상태로는 향후 2년간 공무원 2만2000여 명을 해고할 수밖에 없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1970년대 초 이후 약 50년 만에 봉착한 재정 위기다.부동산업체 릴레이티드컴퍼니의 제프 블라우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기고에서 “미국의 엔진 뉴욕이 존망의 위기에 처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고 있지만 이젠 경제를 먼저 생각해야 할 때”라고 호소했다.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서울 종로구는 KT 광화문지사에 코로나19 확진자 2명이 각각 지난 24∼27일, 27∼28일 다녀갔다고 31일 밝혔다.이들은 각각 29일과 30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이 해당 건물 방문 당시 증상이 있었는지 여부는 공개되지 않았다.종로구는 확진자들이 다녀간 장소를 소독했다.KT는 광화문지사 이스트·웨스트 사옥 임직원을 대상으로 의심 증상이 있을 경우 회사에 알리고 임직원 대상 우선검사 협약병원 및 가까운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도록 안내했다.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