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개 무게 보통 40㎏…환경미화원 허리·무릎·척추 부상 주원인
"환경미화원 안전 고려한 결정…쓰레기 배출 무게 상한 제한 필요"
'들다가 허리 삐끗'…전북 지자체 '100ℓ 쓰레기봉투' 없앤다
청소노동자들은 100ℓ짜리 쓰레기봉투가 보이면 더럭 겁부터 난다고 호소한다.

무게가 40㎏ 정도여서 들어 올리다 허리나 무릎을 다치는 동료 여럿을 지켜본 탓에 저절로 몸이 움츠러든다는 것이다.

"하루에도 몇번씩 100ℓ짜리 쓰레기봉투를 들어 올리다 허리가 삐끗할 때가 있습니다.

무릎이나 척추에 무리가 갑니다.

"
청소노동자 A씨는 이른 새벽마다 청소 차량 뒤쪽 발판에 매달려 차량이 정차하면 거리에 쌓여 있는 쓰레기 더미를 재빨리 차량에 집어 던지는 일을 반복한다.

쓰레기를 차량에 실으면 다시 차량의 뒤쪽에 매달려 다음 장소로 이동한다.

일부 사업장이나 리모델링을 하는 과정에서 배출하는 이 100ℓ짜리 봉투는 압축기를 사용해 부피를 줄이거나 봉투 묶는 선 위까지 테이프를 붙여 가득 채운 탓에 쓰레기 무게가 최고 40㎏까지 나간다.

현재 전북 지자체 대부분은 일반용 종량제봉투를 5, 10, 20, 50, 100ℓ 등 5가지 용량으로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일반 가정은 100ℓ짜리 봉투를 모두 채우는 데 며칠이 걸리다 보니 냄새나 위생을 고려해 주로 10ℓ나 20ℓ짜리를 사용, 가득 담더라도 그 무게가 10㎏을 넘지 않는다.

하지만 사업장 등은 비용 절감과 사용 편의를 위해 50ℓ짜리 2개를 쓰기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담고 부피가 큰 물건을 줄이려는 노력 없이 손쉽게 버리기 위해 보통 100ℓ짜리를 이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청소 노동자들의 건강권이 위협받자 각 시군이 점차 100ℓ짜리 봉투 제작을 폐지하는 추세다.

31일 전북 지자체에 따르면 김제시, 정읍시, 진안군, 임실군 등이 일찌감치 조례를 통해 최대 용량을 50ℓ로 제한했으며 최근 전주시, 익산시, 고창군도 100ℓ짜리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다.

나머지 시군들도 내년까지 100ℓ짜리 쓰레기봉투를 폐지할 방침이다.

'들다가 허리 삐끗'…전북 지자체 '100ℓ 쓰레기봉투' 없앤다
허옥희(정의당) 전주시의원에 따르면 환경부 조사 결과 2015∼2017년 안전사고로 사망한 환경미화원은 15명, 신체 사고는 1천465명에 달하고 안전사고 중 37%는 청소차 발판에 매달려 이동할 때나 내려올 때 추락해 다쳤다.

허옥희 시의원은 "과도한 중량의 쓰레기봉투가 청소 노동자들에게는 직업병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100ℓ짜리를 없애고 배출 무게의 상한을 조례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북도 관계자도 "각 시군의 100ℓ짜리 쓰레기봉투 제작 중단은 환경미화원의 안전을 고려한 결정"이라며 "용량을 줄인 75ℓ짜리를 만들어내는 것도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