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다우지수위원회가 다우지수를 대거 물갈이한다고 2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한때 미국 대표 기업으로 꼽혔던 에너지기업 엑손모빌은 100여년만에 다우지수 명단에서 빠졌다.

S&P는 엑손모빌을 비롯해 제약기업 화이자, 방산기업 레이시언테크놀로지 등 세 기업을 다우지수에서 뺐다. 대신 클라우드소프트웨어 기업인 세일즈포스, 바이오제약사 암젠, 방산·항공우주기업인 허니웰을 추가했다. 종목 교체는 오는 31일 이뤄진다. 종목 세 개가 한번에 바뀐 것은 2013년 이후 처음이다.

다우지수는 미국 증시 3대 지수 중 하나다. 위원회가 기업 규모, 신용도, 성장지속성, 산업 내 대표성 등을 고려해 30개 기업을 선정한다. 다우지수가 우량주(블루칩) 명단으로 통하는 이유다. 구성 종목은 경제 상황에 맞춰 변경된다.

이날 기준 다우지수 산정을 시작한 1884년 이래 구성 종목은 55번 바뀌었다. 2018년 제조기업 제너럴일렉트로닉스(GE)를 퇴출하고 유통기업 월그린스를 들인게 가장 최근 변동건이다. 작년에도 명단상 변화가 있었지만 화학기업 다우듀폰이 다우케미컬과 듀폰으로 분사하면서 명단 내 기업이 다우케미컬로 바뀐 정도다.

위원회는 “미국 경제 여건을 보다 잘 반영하기 위해 구성을 바꿨다”고 밝혔다. 미국 시총 1위인 IT기업 애플이 오는 31일 주식 액면분할에 나서는 여파다.

기업 시총 규모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하는 다른 주요 지수들과 달리 다우지수는 기업별 주가대로 비중을 잡는다. 이때문에 애플이 4대1 액면분할에 돌입할 경우 애플의 다우지수 내 비중도 기존 대비 4분의1 수준으로 줄어든다. IT기업 위주 증시 상승 국면을 다른 주가지수에 비해 덜 반영하게 된다는 얘기다.

S&P다우존스에서 지수를 담당하는 하워드 실버블랫트 선임 애널리스트는 “세일즈포스가 다우지수에 새로 편입되면 애플로 인해 줄어든 지수 내 IT업종 비중이 일부 보정된다”며 “애플 액면분할 이후 다우지수 내 IT업종 비중이 기존 27.6%에서 20.3%로 줄지만, 세일즈포스 덕분에 IT 비중이 23.1%가 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엑손은 2008년 말엔 세계 시가총액 5대 기업 중 1위를 차지했다. 페트로차이나, 차이나모바일, 중국궁상은행 등 중국 기업이 이름을 올린 와중에 유통기업 월마트와 함께 미국의 자존심을 지킨 기업으로 꼽혔다.

하지만 최근 몇년간 엑손은 크게 쇠퇴하고 있다. 2014년 중순 4460억달러에 달했던 시가총액은 1800억달러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저유가세 장기화에다 정제 마진이 하락해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다 세계 각국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탄소배출 규제에 나서면서 대형 사업이 어려워졌다. 최근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에너지 수요 장기 전망도 크게 꺾였다. 올들어 엑손 주가는 40% 가까이 추락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