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근로자가 한 달 이상 일하기만 하면 근로시간에 관계없이 퇴직금을 주도록 하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에 대해 어제 공식 반대 입장을 내놨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인 이 법안은 9월 국회에서 여당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밀어붙일 수 있어서다. 경총은 “‘장기근속자 보상’이라는 퇴직금제 본질에 맞지 않고, 취약 근로계층의 고용 기회가 오히려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 퇴직금 지급 대상이 628만 명 늘어나고, 기업의 추가 부담액도 7조원을 넘길 것으로 추산했다.

‘근로자의 퇴직 후 안정적인 생활’을 돕는다는 법 개정 취지는 단기간 일하는 근로자들의 처지를 감안할 때 전혀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들을 고용하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당장 코로나 사태로 폐업 위기에 내몰려 있고, 산업 현장에 미칠 파급효과가 상당해 신중하고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할 과제다.

무엇보다 배달·홀서빙·판매 등 단기 일자리는 영세 자영업이나 중소기업에 몰려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지금도 최저임금 급등으로 인건비 부담에 허덕이는 자영업자들에게 ‘한 달 일해도 퇴직금’을 주라는 법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높아진 시급과 주휴수당, 퇴직금까지 다 챙겨주고 어떻게 장사하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이 법안이 단기 일자리를 줄여 퇴직금이 문제가 아니라 일할 기회가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많은 자영업자가 인건비를 덜기 위해 매장에 무인주문기를 들여놓는 게 현실이다. 법 개정이 무인화·기계화를 가속시키면 결국 ‘노동 약자’들의 일자리부터 사라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 위기로 인해 있던 직원도 내보내는 판국이다. 고용원을 둔 자영업자 비중은 지난 6월 24.6%로, 20년 만의 최저치이고 ‘나홀로 자영업’만 늘어난다.

이번 개정안은 여당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의 정책 연대 결과물이란 점에서 우려를 더한다. 일종의 ‘총선 청구서’인 셈이다. 지금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비상경제회의에서 언급했듯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위기 기업을 보호하고 특히 국민의 일자리를 지키는 데 역점을 둬야 할 때”다. 약자를 돕는다면서 되레 약자를 더 어렵게 만들 법안은 철회돼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