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식 줄 취소에 업계 울상…장례식장선 "조문객 50명 미만" 동의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가 전국으로 확대된 23일 수도권 곳곳의 결혼식장들은 하객 수를 50명 미만으로 맞추기 위해 진땀을 흘렸다.
예식이 진행되는 웨딩홀에는 신랑·신부의 친지만 입장토록 하고, 음식을 떠먹기 위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려야 하는 뷔페는 사라졌다.
또 하객들은 별도로 마련된 공간에서 스크린을 통해 결혼식을 지켜보는 등 결혼식 풍경 자체가 크게 달라졌다.
이날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의 A 결혼식장.
로비 접수처에는 예식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하객 이름을 추려 놓은 '하객 명단'이 큼지막하게 쓰여 있었다. 이들은 신랑·신부 양가의 친척이거나 사전에 이메일을 보내 참석을 알린 가까운 지인 50여 명이다.
반면 다른 하객들은 위층의 연회장에서 스크린을 통해 예식을 지켜봐야 했는데, 코로나19 여파로 하객이 많지 않아 썰렁한 분위기였다.
연회장 내에는 임시 벽이 설치돼 있어 공간이 3개의 구역으로 나누어졌으며, 각각의 구역은 50명까지 입장할 수 있었다.
식사는 원래 길게 줄을 서서 원하는 음식을 양껏 떠먹는 방식의 뷔페 대신 직원이 음식을 가져다주는 서빙 방식으로 대체됐다.
A 결혼식장 관계자는 "이날 예정된 결혼식 중 50%가 취소 처리됐으며, 다음 주 결혼식은 70%가량이 취소됐다"면서 울상을 지었다.
비슷한 시간 수원시 팔달구 B 결혼식장도 신랑·신부가 원래 200명으로 예약한 하객 수를 입장객 50명 미만으로 줄여 식장에 들어가지 못한 고객들이 아쉽게 발걸음을 돌리는 장면이 목격됐다.
이 결혼식장은 하객이 실내에 밀집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바깥에 천막을 세워 축의금 봉투 작성하는 곳을 따로 만들었으며, 신랑·신부 측에 각각 22석의 좌석을 두고 하객을 선착순으로 들여보냈다.
기념 촬영 또한 예식장 입장 하객에게만 허용됐다.
이 때문에 촬영을 함께하지 못한 하객들은 문밖에서 "예식도 제대로 못 봤는데, 사진도 못 찍네"라고 말하는 등 아쉬움을 나타냈다. 연회장에서는 영상으로 결혼식을 구경할 수 있었지만, 소리가 송출되지 않아 하객들의 외면을 받았다.
음식 제공도 중단돼 하객들은 식사 대신 답례품을 받아 갔다.
문모(25·경기 오산)씨는 "사정이 있어 늦는 바람에 신부 얼굴을 보지 못했는데, 예식도 영상을 통해 봐야 해서 너무나 아쉬웠다"며 "다만 하객이 많지 않고 거리두기가 지켜져서 코로나19 걱정은 덜었다"고 말했다.
B 결혼식장 관계자는 "보증인원 50%까지 감축 가능, 내년 3월까지 위약금 면제 등의 조처로 신랑·신부의 손해를 최소화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례식이나 돌잔치 등 다른 경조사도 밀집 인원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경기지역 대형병원인 C 병원 장례식장 관계자는 "방역당국의 조처 이후 가장 넓은 식당의 좌석 수를 65개에서 49개로 줄였다"며 "상주에게 한 번에 50명 이상의 조문객을 받지 않겠다는 사전 동의서를 받고 있다"고 했다.
수도권 지역 파티 하우스에서는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기간 동안 무기한 연기 및 취소가 가능하다는 안내를 하는 사례가 생기고 있으며, 일부는 아예 영업을 중단했다.
용인 D 파티하우스 관계자는 "2주간 영업 중단을 결정하고, 현재는 상담 인력만 출근하고 있다"며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 격상 시 타격이 더욱 클 텐데 걱정"이라고 전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실내에서 50인 이상이 모이는 행사는 원칙적으로 금지됨에 따라 현장 점검을 계속하고 있다"며 "1차 적발 시에는 시정하도록 안내하는 데에 그치지만, 2차부터는 강력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방역당국의 집합금지 명령을 위반할 경우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명령을 어긴 상황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면 입원·치료비, 방역비에 대한 구상권을 정부가 행사할 수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