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에도 "학생 자율로 대면·비대면 선택"
수업 운영 계획 모호해 혼란만 가중…"학생 자율은 책임 떠넘기기"
코로나19 대유행 조짐인데 대면 수업?…배재대 학생들 반발
대전지역 한 사립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조짐에도 2학기 대면 수업 방침을 밝혀 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다.

23일 배재대에 따르면 학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300명대로 급증한 지난 21일 학생들에게 2학기 수업 운영 계획을 안내했다.

2학기 진행할 수업 유형으로 대면 수업, 대면·온라인 혼합수업, 미러링 수업, 온라인 수업 등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학생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발령 시 수업 운영계획에도 명확하게 대면수업을 제한한다는 내용이 없다는 점이다.

배재대는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에 따른 대응을 A·B·C 등 세 가지로 나누고, 세 가지 경우 모두에서 '대면 수업을 실시간 강의와 병행한다'고 명시했다.

대면 수업 참여 여부는 학생이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A, B, C 단계별로 허용하는 대면 수업의 종류는 각각 다르지만, 개강을 일주일여 앞둔 지금까지 어떤 조처를 하겠다는 것인지 학교는 학생들에게 안내하지 않았다.

학생들은 코로나19의 전국적 확산에 따라 비대면 수업으로 선회한 다른 대학의 사례를 들며 학교의 방역 대책이 느슨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조짐인데 대면 수업?…배재대 학생들 반발
앞서 한밭대, 한남대, 대전대는 지난 20∼21일 잇따라 비대면 수업 위주로 2학기를 운영한다고 공지했다.

이들 대학은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소 누그러졌던 지난달, 2학기에는 대면 수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최근 코로나19 상황을 반영해 대폭 축소하기로 긴급 결정했다.

배재대 학생들은 학교의 공지가 타 대학에 비해 한 달 가량 늦었으면서도, 모호해 혼란만 가중됐다고 입을 모았다.

한 학생은 "학교는 개강을 코앞에 두고서야 2학기 수업 방침을 처음 안내했다"며 "늦은 공지에도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전혀 없었고, 경우의 수를 너무 많이 제시해 어떻게 수업을 하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잘 안 된다"고 말했다.

다른 학생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대면 수업을 하게 되면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한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학생들이 모일 수밖에 없다"며 "개강을 맞아 친구들과 식사와 술자리를 하며 방역이 느슨해질 수 있는데, 학교는 수많은 변수를 예측하고 이에 맞게 대처할 수 있느냐"고 따졌다.

대면·비대면 참여 여부를 학생 자율에 맡긴 데 대해서도 "책임 떠넘기기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비대면 수업을 선택해도 그에 대한 불이익이 없다고 학교는 말하지만 솔직히 걱정"이라며 "안전 때문에 비대면 수업을 듣겠지만 사실 성적이 신경 쓰인다"는 학생들의 우려가 잇따랐다.

학생들은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을 고려하면 대면 수업은 제한적으로만 이뤄져야 한다"며 "학교가 이를 명확히 공지해 학생들이 혼란이 없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