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의 연구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면역학계의 권위자 마크 월포트 박사가 22일(현지 시각) BBC와 인터뷰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를 종식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월포트는 이날 스페인 독감을 극복하는데 2년이 걸린 것처럼 코로나19도 2년 안에 끝나기를 희망한다는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의 발언 이후 이같이 반박했다.1918년 창궐한 스페인 독감은 전세계적으로 5000만명이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다. 코로나19는 지금까지 80만명이 조금 넘는 사람이 사망했다.테워드로스의 발언은 세계 각국의 기대와 달리 올해 연말이나 내년 상반기까지 코로나를 종식시키는 것이 어렵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월포트는 테워드로스와 다르게 코로나 바이러스를 없애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그는 인구 밀집도가 높아지고 여행이 잦아지는 것은 코로나19가 쉽게 퍼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세계 인구는 스페인 독감이 퍼졌던 1918년보다 훨씬 더 많다고 지적했다.월포트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어떤 형태로든 우리와 함께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코로나는 (한 두번의) 백신 접종으로 박멸할 수 있는 천연두 같은 질병이 아닐 것"이라며 "독감 예방접종을 매년 해야 하듯 코로나는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정기적으로 반복해서 맞아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수도권에서 시작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집단발병 사태가 비수도권으로까지 본격 확산하면서 전국적 '2차 대유행'의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23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를 수도권에 이어 비수도권으로 확대했다.수도권뿐 아니라 비수도권의 '고위험시설', 즉 클럽과 노래연습장, 뷔페, PC방, 대형학원 등도 앞으로 2주간 문을 닫는다. 실내 50명 이상, 실외 100명 이상이 모이는 행사·모임도 금지되고, 프로스포츠는 관중 없이 치러지며, 집단감염이 발생한 지역의 학교는 원격수업을 한다.다만 환자 발생 수와 집단감염 사례가 작아 상대적으로 방역적 필요성이 떨어지는 강원·경북지역의 경우 핵심 조치를 강제하지 않고 일단 권고 상태에서 2단계를 적용하기로 했다. 2단계 전국 확대 결정…앞으로 2주간 시행정부가 전날 거리두기 2단계 조치의 전국 확대를 전격적으로 결정한 것은 지금의 확산세를 조속히 꺾지 못하면 미국·유럽이 겪은 것과 같은 대유행에 직면할 것이라는 절박한 상황인식 때문이다.일일 신규 확진자가 21~22일 연이틀 300명대를 기록하고, 최근 9일간 누적 확진자가 2천232명에 달하는 등 국내 코로나19 상황은 '일촉즉발'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정부도 전문가도 인구 이동량이 많은 이번 주말과 휴일을 대유행을 막을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여러 객관적인 지표는 현 상황의 심각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전날 신규 확진자 332명 중 비수도권 주민이 87명(26%)에 달해 수도권발(發) 감염이 지역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특히 최근 2주간 감염 경로가 명확하지 않은 이른바 '깜깜이 환자' 비율은 20.2%로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중증·위중 환자는 연이틀 7명씩 늘어나 누적 25명이 됐다.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부본부장은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환자 발생 추세를 어떻게든 안정시켜야 향후 반전을 기대할 수 있다"면서 "거리두리를 철저히 이행하면서 다음 주에 수도권에서 시작한 거리두기 2단계의 효과가 나타나야 방역당국의 추적조사와 함께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고위험시설 12종 출입 제한수도권은 이미 지난 19일부터 거리두기 2단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진정세를 보이지 않자 정부는 나흘 만인 23일부터 비수도권 지역까지 2단계를 적용했다.거리두기 조치의 핵심은 사람간 접촉을 얼마나 줄이느냐에 있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그 강도가 세진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는 실내 50인 이상, 실외 100인 이상 대면으로 모이는 모임, 행사 등이 전면 금지된다.특히 고위험 시설인 클럽, 노래연습장, 뷔페, PC방, 유흥주점, 실내 스탠딩 공연장, 실내 집단운동, 방문판매 홍보관, 300인 이상 대형학원 등 12종의 출입이 금지된다. 위반 시엔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고 방역비 구상권이 청구될 수 있다.음식점이나 목욕탕, 결혼식장 등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할 때는 마스크 착용과 전자출입 명부 운영 등 방역수칙 준수가 의무화된다. 준비 상황을 고려해 26일부터 적용하는 학교는 실내 인원 밀집도를 최대한 낮춰야 하고, 집단감염이 발생하는 지역에선 원격수업으로 전환한다. 모든 스포츠 행사는 무관중 경기로 진행된다.다만 환자 발생 수와 집단감염 사례가 적은 지역의 자치단체는 거리두기 2단계를 강제가 아닌 권고 수준으로 완화할 수 있다. 강원도와 경상북도가 권고 수준으로 검토 중이다. 프로스포츠 다시 '무관중'…학교도 영향실내 50인 이상, 실외 100인 이상의 인원이 대면으로 모이는 사적·공적 모임·행사는 할 수 없다. 전시회·박람회·집회와 같은 행사는 물론 결혼식·동창회·장례식·돌잔치, 채용 및 자격증 관련 시험도 규제 대상이다. 다만 이용자가 분할된 공간에 머무르면서 이동을 하지 않는다면 행사를 개최해도 된다.정부나 공공기관, 기업 등의 필수적 활동 역시 제한적으로 허용되며 프로스포츠 경기는 다시 '무관중'으로 돌아간다.프로야구, 프로축구 등은 한동안 무관중으로 치러지다 최근 들어 관중석의 30%까지 관중 입장이 허용됐지만, 이날부터는 수도권은 물론 비수도권에서도 다시 관중 없이 치러야 한다.학교도 2단계 체제에서 영향을 받는다.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해 접촉자 조사나 일제 검사가 진행 중인 시·군·구에서는 선제적으로 원격 수업으로 수업 형태를 전환하고, 그 외 지역은 등교 수업과 원격 수업을 병행하되 학생들의 밀집도를 낮춰야 한다.공공기관과 민간기업에서도 시차 출퇴근제, 점심시간 교차제, 유연·재택근무 등을 활용해 근무 밀집도를 최대한 낮춰야 한다.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최근 전국적으로 재확산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됨에 따라 국내 이슬람교 단체도 수도권의 모든 성원을 폐쇄하고 외부 모임을 금지하는 등 강력 조치에 나섰다.23일 한국 이슬람교 총본산이자 전국 이슬람 성소를 총괄하는 한국이슬람교중앙회(KMF)에 따르면 정부가 수도권 소재 종교 시설에 내린 집합 제한 명령에 발맞춰 서울중앙성원과 경기도·인천에 있는 모든 이슬람 성원이 무기한 폐쇄된다.이곳에서 치르는 주요 종교 활동인 금요 합동 예배와 의무 예배 등도 잠정 중단된다.KMF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성원 문을 닫은 것 뿐만 아니라 다른 장소에서 신도들이 단체로 모이는 일도 금지하기로 결정을 내렸다"며 "이슬람교도로서 의무적으로 올려야 하는 예배를 가급적 자택에서 치르도록 권고했다"고 밝혔다.이어 "다만 수도권 이외의 지역 성원은 방역에 철저하게 신경 쓰면서 운영하기로 했다"며 "신도들에게도 마스크 착용과 널찍하게 띄어서 앉기 등을 준수해 달라고 당부한 상태"라고 설명했다.국내에 체류하는 무슬림들은 외부에서 하는 집단 예배까지 금지할 정도로 큰 결정을 내린 만큼 정부의 방역 대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 달라고 호소한다.최근 일부 성원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이슬람 교인들이 참석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무슬림 혐오로까지 번지는 움직임도 보였기 때문이다.2013년부터 한국에서 사는 파키스탄 출신의 이슬람교도 A 씨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던 3∼4월만 해도 성원 문을 닫은 적은 있었지만 모임 자체를 막지는 않았다"며 "개별적으로 외부에서 모여 종교 행사를 치르는 것까지 제한하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그는 "외국인이지만 한국 사회에서 함께 살고 있기 때문에 국가의 방침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당분간은 혼자나 이웃들 두세명만 불러 예배를 드릴 예정이니 너무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보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실제 지난달 31일 열린 무슬림 최대 명절 중 하나인 '이드 알 아드하'(희생제) 당시만 해도 주요 이슬람 성원과 예배소 이용이 금지됐지만 호텔이나 행사장 등 외부 장소를 빌려서 모임을 갖는 행위까지 제한되지는 않았다.서울의 한 외국인 법률 상담 사무소에서 일하는 이슬람교도 B(인천 부평구) 씨도 "금요 예배를 올리려 성원을 찾았는데 입구에 써 붙인 폐쇄 안내문을 보고 발길을 돌렸다"며 "다른 종교도 모임을 자제하는 만큼 우리도 동참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그는 "얼마 전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무슬림들이 성원에서 치른 종교 행사에 참석해서 큰 논란을 빚었다"며 "일부의 일탈이 종교 전체의 잘못으로 비치는 게 안타깝지만 이번 조치로 오해가 조금이나마 풀렸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중동아시아 출신 C씨는 "이슬람 성원에서 신도들이 다 같이 모여 기도를 올려야 예배의 의미가 있다"며 "그래도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많은 사람이 성원에 모여 어깨와 어깨를 맞대고 예배를 올리는 게 이슬람교의 중요한 관례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한국 무슬림 단체의 이번 조치가 얼마나 우리 정부의 방역 지침에 최대한 협조하려고 하는지 짐작할 수 있는 방증"이라며 "(일부 신도의 잘못으로 인해) 특정 종교에 지나친 편견이나 혐오를 가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