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기다려도 검사 어려워…시보건당국 "방역 대책 강화"
무더기 확진에 학교 텅 비고 선별진료소 붐벼…원주시민 '초조'
"2시간째 기다리는데 아직 앞에 사람이 있네요.

동네 학교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는데 이렇게 다닥다닥 붙어있으니 오히려 더 불안해요.

"
21일 오전 강원 원주시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2시간째 검사를 기다리던 시민 한모(47)씨는 더위에 연신 부채질을 하며 길게 늘어선 줄을 바라봤다.

휠체어를 탄 노인, 아빠 품에 안긴 어린이, 자녀를 달래는 부모, 여드름이 나기 시작한 청소년까지 족히 200명은 넘어 보이는 시민은 기다림 끝에 천천히 한 발짝씩 앞으로 걸어갔다.

이들의 표정에는 초조함이 엿보였다.

전날부터 원주지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더기 확진에 학교 텅 비고 선별진료소 붐벼…원주시민 '초조'
원주 무실동의 한 체조교실에서 비롯된 확진자는 전날 오후부터 이날 오전까지 도내에서만 총 12명에 달한다.

이와 관련해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접촉자만도 57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게다가 원주 명륜초교 병설유치원 교사도 이날 새벽 확진 판정을 받아 학부모 사이에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지역사회 내 확산세가 심상치 않자 보건소 내 선별진료소는 이른 아침부터 시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오전 11시가 되자 보건소 옆에 마련된 임시주차장까지 시민들이 가득 모여 장사진을 이뤘다.

의료진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검사 인원이 모여들자 줄은 거리두기를 지킬 수 없을 만큼 빼곡해졌다.

어린 자녀와 함께 이곳을 찾은 부모들은 애써 앞사람과 거리를 두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무더기 확진에 학교 텅 비고 선별진료소 붐벼…원주시민 '초조'
의료진은 통풍이 어려운 방호복에 방진 마스크, 얼굴 가리개까지 착용하고 분주히 검사자들 사이를 오갔다.

무더위에 손부채질은 소용없었다.

시민 김모(33)씨는 "의료진이 애쓰는 모습은 안쓰럽지만, 원주에 확진자가 많이 나왔으면 검사 인원도 함께 늘렸어야 했다"며 "이렇게 사람들이 모였는데 확진자가 1명이라도 섞여 있으면 큰일"이라고 말했다.

대기자로 붐비는 선별진료소와 2㎞ 남짓 떨어진 명륜초등학교는 텅 비어버렸다.

굳게 닫힌 교문 위에는 '코로나로 인해 출입금지'가 적힌 큼직한 팻말이 내걸렸다.

명륜초교 병설유치원 교사가 이날 새벽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학교와 교육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유치원은 물론 초등학교 학생 330명과 학부모, 교직원에게 연락을 돌려 사실을 알리고 앞으로 2주 동안 수업을 온라인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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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아와 학생, 학부모, 교직원 등 검사가 필요한 사람이 늘어나자 대책이 필요했다.

보건소는 너무 붐비고 위험하기에 오후부터 학교 운동장에 선별진료소를 마련하기로 했다.

검사가 가장 시급한 유치원생과 밀접 접촉 교직원부터 진료할 예정이다.

이에 교육당국과 시보건당국은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강원도교육청 관계자는 "한정된 의료진으로 하루에 모든 인원을 검사하기 힘들 것으로 판단해 우선순위를 정했다"며 "거리두기와 방역 수칙을 지키면서 검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학생과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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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시는 지역 내에 확진자가 집단 발생하자 한층 강화된 방역 대책을 발표했다.

원창묵 시장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확산 여파가 원주시에 심각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준하는 수준의 조치를 선제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시는 다중이용시설 운영 축소 또는 중지, 유원지와 야영장 방역 관리 강화, 공공 행사 연기·취소, 집합 모임 자제, 고위험시설의 방역지침 이행 여부 집중 점검 등을 진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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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