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독일 사회가 반려견을 하루에 두 번 산책시켜야 한다는 법안을 놓고 시끄럽다. 율리아 클뤼크너 식품농업부 장관이 “반려견을 하루에 최소 두 번, 총 1시간 이상 산책시키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독일 가구의 19%에 달하는, 개를 키우는 가정에선 국가가 산책시간과 횟수까지 정하려고 하는 데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우선 견종과 나이에 따라 적절한 산책시간과 횟수가 다르다. 하루 최소 1시간씩 산책은 어리고 건강한 래브라도에게 좋지만, 관절염과 심장병에 시달리는 퍼그한테는 그렇지 않다. 또 30도를 웃도는 불볕더위나 추운 엄동설한에 하루 두 번 산책하는 것은 개뿐 아니라 사람 건강에도 좋지 않다.
독일 내 940만 마리에 달하는 개의 산책 횟수와 시간을 국가가 어떻게 일일이 확인할 것인지도 확실치 않다. 결국 이런 법이 강제되면 상당수 견주가 개를 포기하게 돼 유기견이 늘어날 것이란 걱정이 제기된다. 또 고양이나 기니피그, 앵무새, 도마뱀 등 다른 애완동물은 왜 빼놓았냐는 비아냥거림도 나온다.
국내에서도 동물보호와 관련한 황당한 내용의 법안들이 발의된 적이 있다. 지난 20대 국회 때 “자동차에 반려동물을 태울 때 안전띠를 매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한다”(도로교통법 개정안)거나, “건축물 외벽 마감재료에 조류 충돌 방지장치를 설치해야 한다”(건축법 개정안)는 등의 입법안이 제출됐다. 2014년에는 학대당하는 곰을 보호한다며 사육곰을 국가가 매수해 직접 관리하도록 하는 내용의 ‘사육곰관리특별법’을 발의한 의원도 있다. 이런 법안들은 다행히(?) 모두 폐기됐다.
최근 이상행동을 보이거나 정신병을 앓는 반려견이 늘고 있다. 독일 정부가 오죽하면 이런 법까지 만들려는지 일부 이해도 되지만, 정부가 법으로 강제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안 그래도 코로나 확산 탓에 각국에선 정부의 힘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반려견 산책 횟수까지 정해주겠다는 ‘큰 정부’의 폐해를 경계해야 할 때다.
김현석 논설위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