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리버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영장류를 대상으로 한 치료제 시험을 통해 무증상자에게서도 폐 손상이 일어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셀리버리는 “원숭이를 대상으로 진행한 코로나19 바이러스 면역치료제 ‘iCP-NI’의 효능평가를 통해 폐 조직 내 출혈, 폐 섬유화, 폐포 내 면역세포 침윤, 폐 부종 등 각종 폐 손상에 대한 치료 효과 보고서를 수령했다”고 20일 밝혔다.

회사는 미국 앨라바마주에 있는 임상위탁연구기관(CRO)인 써던리서치를 통해 코로나19 감염 원숭이 16마리에 대한 치료 효능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 4월부터 코로나19 감염 증상이 있는 영장류 모델을 확보해 iCP-NI의 코로나19 치료 효능을 평가해왔다.

iCP-NI는 셀리버리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면역치료제다. 코로나19의 주 증상인 싸이토카인 폭풍을 억제해 감염 조직에서의 염증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코로나19를 치료한다. 싸이토카인 폭풍은 바이러스의 침입을 막기 위해 체내 면역체계가 과하게 반응해 염증을 일으키는 증상이다.

이번 영장류 대상 효능 평가를 통해 셀리버리는 폐 조직 내 출혈과 폐 섬유화를 보인 모든 원숭이에서 iCP-NI의 100% 치료효능을 확인했다. 폐 조직 내 면역세포 침윤과 폐 부종 증상을 보인 원숭이에선 60% 수준의 치료효과가 나타났다.

회사 측은 체온 상승 외엔 특별한 증상이 없어 무증상으로 분류된 원숭이들에서도 심각한 폐 손상이 진행됐다는 것도 확인했다. 경증과 무증상으로 분류된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원숭이 모두에서 폐 출혈, 폐 부종 및 면역세포 침윤이 관찰됐다. 폐 섬유화는 무증상 원숭이 중 50%에서 나타났다. 코로나19 무증상 확진자도 반드시 치료제를 처방해서 폐 및 주요 장기를 보호해야 심각한 영구적 장기 손상을 막을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셀리버리는 백신이 나오더라도 완벽하게 코로나19 대유행을 잠재우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같은 리보핵산(RNA) 바이러스 계열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으로 발병하는 독감은 매년 새 변종에 대한 백신이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매년 30만~50만명이 독감으로 사망하는 만큼 백신 개발로는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병 유행을 차단하는 게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조대웅 셀리버리 대표는 “이번 효능평가 시험 결과는 iCP-NI가 코로나19로 인한 싸이토카인 폭풍을 강력하게 차단해 감염조직에서 발생하는 출혈, 섬유화 등 심각한 염증을 억제할 수 있음을 입증한 최초의 영장류 관련 보고”라며 “외부로 나타나는 임상 증상이 없더라도 바이러스 감염으로 폐와 주요 장기 손상이 비가역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결과를 최초로 보고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초 5%의 사망위험 환자를 포함한 10%가량의 중증 및 10% 내외의 경증 등 코로나19 확진 환자의 20%에게만 치료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으나, 이번 시험 결과에 따라 나머지 80% 무증상자를 포함한 모든 확진자의 영구적 장기 손상을 막기 위해 코로나19 면역치료제로서 iCP-NI의 투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