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류량 조절 실패로 물난리…피해 보상하고 대책 마련해야"
용담댐 방류 피해 성난 주민들, 썩은 과일 뿌리며 수공에 항의
용담댐의 급격한 방류가 큰 물난리 피해를 불러왔다는 충청과 호남지역 주민들이 19일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가 피해를 보상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장했다.

충북 영동·옥천, 충남 금산, 전북 무주 등 4개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용담댐 피해지역 주민 대책위원회'는 이날 전북 전주시 한국수자원공사(수공) 금강유역본부와 충남 공주시 금강홍수통제소를 잇따라 찾아 집회를 열고 이번 피해는 용담댐의 급격한 방류가 불러온 '인재'라며 정부와 수공을 강하게 비난했다.

주민 300여명은 금강유역본부 집회에서 "수공은 연일 비가 내린다는 예보에도 용담댐을 방류하지 않다가 지난 8일 집중 폭우가 내리자 갑자기 방류량을 늘려 마을들이 침수됐다"며 "용담댐 방류랑 조절 실패로 주민들이 본 피해에 대해 마땅한 책임을 지고 적절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성난 주민들은 폭우에 침수돼 썩어버린 인삼, 복숭아, 고추, 사과 등 지역 특산품을 금강유역본부 현관 앞에 뿌리며 강력히 항의했다.

주민들은 "금산군 특산품인 인삼이 물에 잠겨 한 뿌리도 캐지 못한 농민도 있다"며 "월세를 내고 농사를 지었다가 논밭이 침수돼 아무런 수확도 못 하고 생계를 잃은 농민들은 어떻게 살지 답답하기만 하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자식과도 같은 농산물이 침수돼 앞으로 살길이 막막하고 살아갈 이유도 사라졌다"며 "하지만 수공은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 보상 노력을 하기보다는 주민을 외면하며 나 몰라라 하기만 한다"고 질타했다.

집회 후 주민들은 민경진 금강유역본부장과 면담했다.
용담댐 방류 피해 성난 주민들, 썩은 과일 뿌리며 수공에 항의
민경진 본부장은 "현재 국가 차원에서 각 기관이 역할과 책임을 다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며 "주민들 말을 귀담아듣고 법 테두리 안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주민들은 오후에는 공주 금강홍수통제소에서 썩은 고추와 복숭아 등을 청사 앞에 뿌리며 강하게 항의했다.

주민들은 '댐을 열기 전에 귀를 열어라', '용담댐 하류 지역 주민들은 불안해서 살 수 없다', '댐만 열지 말고 귀를 열어라'라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들고 조명래 환경부 장관과 박재현 수공 사장을 강하게 비난했다.

이들은 "수공은 용담댐 홍수조절 실패로 야기된 이번 재난에 대한 직접 원인 제공자인 만큼 공식 책임 표명과 함께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며 "피해 주민 지원과 배상에 성실하게 임하고 피해 원인 규명과 댐 방류체계 개선 등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용담댐 방류 피해 성난 주민들, 썩은 과일 뿌리며 수공에 항의
한때 일부 주민들이 금강홍수통제소 건물 진입을 시도하면서 긴장감이 돌기도 했으나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지난 8∼9일 집중호우와 댐 방류로 충북 영동·옥천, 충남 금산, 전북 무주 등 4개 지역에서는 주택 204채와 농경지 745㏊가 물에 잠기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