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국 통한 반도체 조달 막아
화웨이는 자율차 부품사업 진출
美 제재에 맞서 독자생존 모색
미 상무부는 1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세계 21개국의 38개 화웨이 계열사를 거래 제한 블랙리스트에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제재 대상에 오른 화웨이 계열사는 모두 152개로 늘어났다.
이번 조치는 지난 5월 내놓은 제재를 보완한 것이다. 당시 상무부는 화웨이가 미국 기업의 기술을 바탕으로 해외에서 만들어진 반도체를 사들이지 못하도록 막았다. 하지만 화웨이는 스마트폰용의 두뇌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기성 제품을 미디어텍에서 대량 구매하는 우회로를 찾아냈다. 미국은 이번에 사실상 세계의 모든 반도체 부품으로 화웨이 제재 범위를 확대하면서 미디어텍과의 거래도 차단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새로운 규정은 미국의 소프트웨어와 제조장비를 조금이라도 사용했다면 거래가 금지되고 예외적 거래를 위해서는 면허가 필요하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부터 생산 장비까지 미국 기업의 기술이 포함되지 않은 반도체는 거의 없다. 화웨이의 반도체 수급망을 와해하려는 미국과 어떻게든 살길을 찾으려는 화웨이 간 숨바꼭질이 이어지면서 미국의 제재 수위가 극단까지 치달은 셈이다.
업계에선 이번 미국의 제재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만들어 화웨이에 납품하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도 영향권에 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화웨이가 기존에 비축한 부품으로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겠지만 11월 미 대선 이후에도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위기에 몰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화웨이를 겨냥해 “그들이 우리를 염탐하기 때문에 미국은 그들의 장비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성명을 내고 “국가안보와 시민의 사생활, 5세대(5G) 인프라를 보호하기 위해 새로운 제재를 부과했다”고 했다.
화웨이와 중국 정부는 미국의 조치에 강력 반발했다. 중국 정부는 자국의 선도 기술기업을 겨냥한 미국의 공세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하면서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유지와 연계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화웨이는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의 제재가 강화되자 자율주행자동차 부품사업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나섰다. 화웨이는 최근 사업자 등록 사항을 변경하고 경영 범위에 ‘자동차 부품 및 스마트 시스템 연구개발, 생산, 판매, 서비스’를 추가했다. 시장에선 화웨이가 자율주행차 부품 및 시스템 개발에 성과를 내면서 관련 사업에 본격 진출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베이징=강동균/워싱턴=주용석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