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 제한 없는데 정원 왜 그대로" vs "무조건 증원은 수업의 질 저하 우려"
2학기 수강신청 실패한 대학생들 "온라인강의 정원 늘려야"
"교수님, 안녕하세요.

새 학기 준비에 여념이 없으실 테지만 염치 불고하고 증원 요청 메일을 드립니다.

"
이화여대 4학년 강모(25)씨는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다가오는 2학기를 위해 수강신청을 한 뒤 교수 5명에게 이런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이번 학기에 들으려던 수업 7개 중 5개를 신청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수업들은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강씨는 "온라인 강의는 수강인원이 좀 더 많아도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 대부분 수강인원이 50명으로 제한돼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답신은 1통뿐이었다.

답장을 보낸 교수는 "이번 학기 증원 계획이 없었지만 벌써 몇십개의 증원 요청 메일이 와 고민이 많다"며 "조금 더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2학기 수강신청 실패한 대학생들 "온라인강의 정원 늘려야"
◇ "온라인 강의인데 왜 증원 안 되나"…학생들 불만 잇따라
17일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 주요 대학들의 2학기 수강신청이 시작되면서 온라인 강의 수강 인원을 늘려달라는 학생들의 요구가 나오고 있다.

연세대 4학년 양모(25)씨는 "수강 정원은 보통 해당 강의실이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을 고려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온라인 수업은 장소에 제한이 없으니 정원을 늘리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씨는 "온라인 강의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도 예전처럼 등록금을 똑같이 받으면서 학생들의 만족감을 높이려면 최소한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수강할 수 있도록 온라인 강의에 한해서만이라도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다수 대학 커뮤니티에서도 "수강신청에 실패해 이번 겨울에도 돈 더 내고 계절학기 듣게 생겼다", "온라인 강의라도 증원을 해줘야지, 9학점밖에 담지 못해 휴학해야 하나 고민된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 대학들 "수업의 질 저하 우려…당장 증원 어려워"
대학들은 온라인 강의라도 수강 인원이 늘어나면 수업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며 무조건적인 증원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강대 관계자는 "비대면 강의라고 해서 모든 게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게 아니라 수업 외에 시험과 과제 등은 대면 강의처럼 이뤄지기 때문에 인원 자체를 크게 늘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관계자도 "온라인으로 강의가 이뤄진다고 해도 인원을 너무 많이 늘리면 수업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고 했다.

강의를 진행하는 교수·강사들은 온라인 강의도 현장 강의만큼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기본 강의 외에 학생 개개인의 과제물과 시험 성적을 매기는 등 업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강의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일부 교수·강사는 비대면 강의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한다.

2학기 수강신청 실패한 대학생들 "온라인강의 정원 늘려야"
◇ 성균관대는 지난 1학기 모든 강의 20% 증원…"수업의 질 저하 못 느껴"
학생들은 강의 정원을 무제한 늘리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유연한 증원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반박한다.

이화여대생 강씨는 "엄청난 수의 증원을 바라는 게 아니라 50명이 정원이라면 10∼20명 정도만 강의를 더 들을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라며 "50명 정원이 60∼70명이 되면 교수님이 과제나 시험을 채점하는 데 시간이 좀 더 걸릴 수는 있겠지만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대생 양씨는 "모든 강의가 학생들 개개인에 대한 피드백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라며 "최소한 그런 피드백이 크게 필요하지 않은 기초 교양강의나 대형 강의 등에 한해서는 정원을 늘리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실제로 성균관대는 지난 1학기 모든 수업을 온라인 강의로 전환하고 강의당 수강 인원을 20%씩 늘렸다.

증원된 강의를 수강한 학생들은 수강인원이 늘었다고 해서 수업의 질이 나빠지는 문제 등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성균관대생 A(25)씨는 "온라인 강의 자체의 특성 때문에 현장 강의보다는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인원이 더 많아졌다고 해서 강의의 질이 떨어졌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며 "장소의 제약이 없는 온라인 강의는 어느 정도 유연하게 인원을 늘려도 수업의 질이 떨어지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현재는 1차 수강신청 인원이 끝난 상태일 뿐이고 학기가 시작된 후에도 증원 등 인원 조정은 가능하기에 미리 증원 결정을 내리기는 섣부르다"며 "추후 상황을 더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