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안 포함해 다시 의견조회"…검찰 중간간부 인사 늦어질 듯
법무·검찰개혁위 개입 의혹에 "관련 없고 의견 공유한 바 없다"
대검찰청의 차장검사급 요직 4자리를 없애는 내용의 법무부 직제개편안에 대해 검찰 내부 반발이 확산하자 법무부 주무과장이 13일 공식 사과했다.

김태훈(49·사법연수원 30기) 법무부 검찰과장은 이날 오전 0시54분께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실무를 책임지는 과장으로서 검찰 구성원에게 우려를 드린 점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추미애 장관의 형사·공판부 강화 기조에 맞춰 지난 11일 대검에 직제개편안 관련 의견조회를 요청했다.

세부 내용이 검찰 내부에 공유된 후 일선 검사들의 비판이 쏟아지자 이틀 만에 사과한 것이다.

김 과장은 "의견조회 자료에 대한 따끔한 질책은 겸허히 수용할 것"이라며 "일선 검사님들을 비롯한 검찰 구성원들께서 주신 의견들은 고마운 마음으로 무겁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논란의 중심이 된 '검찰 업무시스템 변화'와 관련된 내용은 이번 직제개편안에는 반영되지 않은 부분"이라며 "8월 중 국무회의를 거쳐 시행을 추진하고 있는 주된 내용은 대검 조직개편 등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김 과장은 "행정안전부 협의와 대검 등 의견수렴 결과가 반영된 직제개편(안)이 정해지면 조문안을 포함해 다시 의견을 조회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부의 의견조회 자료에는 ▲ 대검 반부패·강력부(옛 특수부)와 공공수사부(옛 공안부) 등의 차장직위 폐지 ▲ 형사부 업무시스템 재정립 ▲ 공판부 기능 강화·확대 등이 담겨 있다.

이에 따라 다음 주로 예상됐던 검찰 중간간부 인사도 이달 후반께로 미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법무부는 원래 오는 14일까지 대검 의견을 받고, 18일 국무회의에서 직제개편안을 반영한 대통령령을 통과시킬 방침이었다.

대검 조직과 서울중앙지검 등의 차장 산하 조직을 개편하려면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과 '검사정원법 시행령'(이상 대통령령) 개정이 필요하다.

조문안 작업과 의견 재조회 등의 일정을 감안하면 오는 25일 국무회의 통과 가능성이 높다.

이에 앞서 차호동(41·38기) 대구지검 검사는 지난 11일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공판기능 강화·확대 방안이 "아무런 연구나 철학적 고민이 없다"고 비판했고, 공감 댓글 100여개가 달렸다.

정유미(48·30기) 대전지검 형사2부장도 12일 법무부가 추진 중인 '검찰 업무시스템 변화'에 대한 비판 글을 올렸다.

김 과장은 이런 반발에 대해 "'검찰 업무시스템 변화'를 담은 이유는 향후 풀어야 할 숙제의 엄중함과 규모에 비추어 대검의 기능과 중앙지검의 체제가 형사·공판으로 확고하게 중심을 이동할 필요가 있다는 고민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시작될 논의의 출발점"이라며 "향후 대검과 일선의 폭넓은 의견을 수렴하고, 시뮬레이션 등을 거쳐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이에 정희도(54·31기) 청주지검 부장검사는 댓글을 통해 "대검 등 직제개편 역시 너무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권고안에 이어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약화하려는 의도에서 만든 개편안이라는 불만이 팽배한 상태"고 주장했다.

또 "2~3일의 기간을 주면서 검토의견을 달라는 것 역시 사실상 개편안을 밀실에서 확정하고 통과의례 형식으로 의견조회를 한 것"이라며 "직제개편안 작성 주체, 진행 경과, 토의내용 등을 상세히 공개해달라"고 덧붙였다.

홍승욱(47·28기) 대전지검 천안지청장도 "이해하지 못하겠다.

결국 이번 공문의 방점은 대검 조직개편 등에 있다는 말"이라며 "형식적인 의견조회를 거쳐 시행하면 되는 가벼운 주제인가"라고 되물었다.

김 과장은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이번 직제개편안 마련에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일각의 의혹 제기에 대해선 댓글을 통해 "관련이 없고 의견을 공유한 바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