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황해도 수해 현장을 찾으면서 직접 차량을 운전한 것으로 보여 이목이 집중된다.

조선중앙TV가 7일 보도한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시찰 사진에는 김 위원장이 흙투성이가 된 까만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운전석에 앉은 모습이 포착됐다.

외견상 도요타의 렉서스 LX570 모델로 추정되는 이 차량은 2018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과 지난해 12월 양덕온천문화휴양지 준공식 등 외부 일정에 종종 등장했다.

이번 시찰에 렉서스의 SUV가 이용된 것은 많은 비가 온 데다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 북한의 교통 상황상 오프로드 주행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매체는 2015년 김 위원장이 직접 경비행기 조종석에 앉아 비행기를 운전하는 모습을 공개한 적은 있지만, 차량 운전대를 잡은 모습을 보도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수도 평양에서 황해도까지 150여㎞에 달하는 거리를 직접 차를 몰고 가지는 않았겠지만, 적어도 수해현장에서는 몸소 운전했을 가능성이 있다.

재난 현장에 한달음에 달려가 이재민을 다독이는 자상한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한 행보로 읽힌다.
사진을 보면 김 위원장이 진흙 범벅이 된 차량에서 웃으며 내리려고 하자 땀과 비에 흠뻑 젖은 이재민들이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운전석에 앉은 채로 동행한 간부들에게 지시를 내리기도 한다.

그는 보통 메르세데스-벤츠 전용차를 이용하는데 이를 직접 운전하는 모습은 공개된 바 없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자동차광'으로 알려졌던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처럼 운전을 즐기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고급 리무진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상 사치품으로 분류돼 북한으로의 수출이 금지돼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S600 2대를 이탈리아에서 네덜란드, 중국, 일본, 한국, 러시아를 거쳐 평양으로 밀반입한 것으로 대북제재위는 추정하고 있다.

반면 렉서스 SUV의 정확한 반입 경위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