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명 높은 남아공 강력범죄 실감…주택단지 주민 긴급 대책회의 참관
[샵샵 아프리카] 집 근처서 일어난 권총강도 '안전한 곳은 어디'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세계적으로 강도, 살인 등 강력범죄가 잦은 곳으로 악명 높다.

부임 전 주한 남아공 대사관 당국자도 남아공 소개에 대한 첫 일성이 한국과 비교해 위험한 치안 문제였다.

지난 2월 하순 남아공에 와서도 치안 우려 때문에 초기 정착 과정에서 주로 호텔 내에서 지내야 했다.

수도인 프리토리아의 집으로 옮기고 나서도 일주일만인 3월 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차단을 위한 전국 봉쇄령에 돌입하면서 계속 안에 갇혀 지내는 셈이 됐다.

그래도 집을 고를 때 비교적 안전한 단지로 왔기 때문에 다소 안심이 됐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새벽 4시 20분께 집 근처에서 집단 권총 강도 사건이 일어났다.

우리 집으로부터 불과 200∼300m 정도 되는 곳이었다.

남아공은 단지별로 주변에 전기 펜스를 두르고 경비원을 두기도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예 강도 3명이 철제 담장을 자르고 들어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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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 순찰차가 돌고 전기 펜스까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경비회사가 침입 시점에 곧바로 대응하지 못했다.

경비 관계자에 따르면 강도들은 집 주인에게 총까지 발사했지만, 다행히 빗나갔고 1층에 있던 몇몇 소형 전자기기만 쓸어갔다.

주인은 가족과 함께 재빨리 2층 '안전공간'으로 피신해 도움을 요청했다.

한국이든 남아공이든 강도는 흉포한 게 일반이겠지만 총기소유를 허용하는 남아공은 권총강도라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남다르다.

4일에도 프리토리아 동부 올리판츠폰테인의 주택단지 한 집에 강도들이 침입해 부부가 총에 맞아 숨지고 20대인 딸은 중상을 입었다고 한다.

7월 31일 남아공 경찰은 연례 범죄통계 보고서에서 살인 건수가 10여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까지 12개월 간 살인이 1.4% 증가한 2만1천325건에 달했다.

이는 하루 평균 58건이 발생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남아공 인구 10만명당 살인 건수는 36명으로 국제 평균치(10만명당 7명)의 5배가 넘는다.

다만 주거지역 강도는 전년도에 비해 6.7% 감소했다.

어쨌든 이번 강도 사건으로 한 120가구 정도 되는 우리 단지가 발칵 뒤집혔다.

사건 발생 사흘 만인 3일 오후 6시에 마을회관 격인 골프클럽에 70∼80명가량 되는 주민들이 긴급히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우선 '나태해진' 경비회사 관계자들을 불러 집요하게 책임을 추궁했다.

앞으로 단지내뿐 아니라 주변까지 순찰을 강화하고 적외선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방안을 놓고 한 시간 훌쩍 넘게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강도 사건 발생 때문에 일종의 타운십 미팅이 열린 셈이어서 주변에 어떤 이웃들이 사는지 알 수 있었다.

시간 관계상 끝까지 다 참관하지는 못했으나 핵심 쟁점은 역시 감시카메라 확충 등에 드는 막대한 비용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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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도중 경비회사 책임자의 변명 같은 한마디가 인상적이었다.

여러분이 안전하다고 여기는 이곳은 일종의 '섬'이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세상 어디든 100% 안전하다는 곳은 없고, 내가 사는 단지가 안전하려면 주변 상황도 함께 나아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