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정치적 중립, 정권이 훼손…시민사회가 개혁주체 돼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법조계 리더들이 바라보는 '검찰 개혁'
검찰개혁이 화두다. 검찰을 겨냥한 정부와 여당발(發) 파상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검찰총장의 힘을 축소하고 검찰의 권한을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에 분산하는 방식의 개혁이 진행 중이다.
검찰개혁의 당위성에는 대다수가 동의한다. 문제는 구체적 방법론이다. 한국경제신문은 원로 헌법학자이자 문재인 대통령과 사제관계인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마지막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을 지낸 김경수 전 대구고검장, 변호사단체 수장인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등 법조계 리더 3인에게 올바른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 물었다. 이들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김 전 고검장은 “전국 검사들의 신망을 얻는 검찰총장도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데, 임기와 신분이 보장되지 않는 고검장들에게 정치적 외풍을 막는 역할을 기대하기는 더 어렵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검찰총장이 제왕적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대신) 대통령이 제왕적이었고, 검찰은 그런 제왕적 대통령의 충견 노릇을 하며 정권의 시녀 역할을 한다고 비판받아온 것”이라고 했다. 검찰에 대한 정권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개혁위 안은 ‘거꾸로 된 개혁’이라는 얘기다.
이 협회장도 수사의 독립성 훼손을 우려했다. 그는 “제도는 한번 무너지면 회복하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며 “신체가 건강해지기 위해 수술을 하듯, 개혁도 조직을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해 해야지 개혁이란 이름으로 조직을 무너뜨리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그는 2018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규탄하는 변호사들의 시국선언을 주도하는 등 주요 현안에 진보적인 목소리를 다수 낸 바 있다.
김 전 고검장은 개혁위의 자격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문제는 형사사법 근간에 관한 사항으로 헌법과 형사소송법, 형법 등 다양한 학문·사회적 배경을 지닌 이들이 오랜 기간 검토해 결론낼 문제”라며 “법무부 장관의 자문기구에 불과한 개혁위가 이런 내용을 함부로 거론해도 되는지 스스로 돌이켜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협회장도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검찰개혁 방안들이 “설익은 측면이 있다”고 봤다. 여당은 검찰총장을 장관급에서 차관급으로 격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반면 야당은 검찰총장의 임기를 현재의 2년에서 6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언급한 바 있다. 여야 모두 윤 총장을 의식했다는 평가다. 이 협회장은 “사람이 제도에 맞춰야 하는데 지금은 거꾸로 사람에 따라 제도를 바꾸려 한다”며 “법치가 정치에 의해 무너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따르면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는 앞으로 6대 주요 범죄로 한정된다.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도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김 전 고검장은 “부정부패 수사에 관한 경험과 전문성을 축적해온 검찰이 수사기능을 유지하는 것은 국가와 국민 서비스를 위해서도 중요하다”며 “국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사법경찰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는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 교수는 “검찰에 대한 견제는 필요하지만 그 주체가 정권이 아니라 시민사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찰 외부 전문가들이 기소 여부 등을 심의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 활성화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검찰에 대한 쓴소리도 나왔다. 이 협회장은 “국민이 내 사건을 어느 검사가 맡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인식하는 순간 검찰 불신이 생긴다”며 “검찰권은 공정하고 통일되게 운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전 고검장은 “과거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한 순간들로 인해 국민 신뢰를 잃었다는 데 통렬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검찰개혁의 당위성에는 대다수가 동의한다. 문제는 구체적 방법론이다. 한국경제신문은 원로 헌법학자이자 문재인 대통령과 사제관계인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마지막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을 지낸 김경수 전 대구고검장, 변호사단체 수장인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등 법조계 리더 3인에게 올바른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 물었다. 이들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개혁 명분으로 검찰 조직 와해 우려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지난달 27일 구체적 사건에 대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방안을 권고했다. 대신 각 고검장(6명)에게 권한을 넘기고 법무부 장관이 고검장을 수사지휘할 수 있도록 했다. ‘제왕적 총장’의 폐단을 없애겠다는 주장이다.하지만 김 전 고검장은 “전국 검사들의 신망을 얻는 검찰총장도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데, 임기와 신분이 보장되지 않는 고검장들에게 정치적 외풍을 막는 역할을 기대하기는 더 어렵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검찰총장이 제왕적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대신) 대통령이 제왕적이었고, 검찰은 그런 제왕적 대통령의 충견 노릇을 하며 정권의 시녀 역할을 한다고 비판받아온 것”이라고 했다. 검찰에 대한 정권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개혁위 안은 ‘거꾸로 된 개혁’이라는 얘기다.
이 협회장도 수사의 독립성 훼손을 우려했다. 그는 “제도는 한번 무너지면 회복하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며 “신체가 건강해지기 위해 수술을 하듯, 개혁도 조직을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해 해야지 개혁이란 이름으로 조직을 무너뜨리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그는 2018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규탄하는 변호사들의 시국선언을 주도하는 등 주요 현안에 진보적인 목소리를 다수 낸 바 있다.
김 전 고검장은 개혁위의 자격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문제는 형사사법 근간에 관한 사항으로 헌법과 형사소송법, 형법 등 다양한 학문·사회적 배경을 지닌 이들이 오랜 기간 검토해 결론낼 문제”라며 “법무부 장관의 자문기구에 불과한 개혁위가 이런 내용을 함부로 거론해도 되는지 스스로 돌이켜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조국 사태’ 정권의 시녀이길 거부”
법조계 안팎에선 이 같은 검찰개혁안이 현 여권 인사들을 수사해온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 아니냐는 얘기가 적지 않았다. 허 교수의 생각도 비슷했다. 그는 “‘조국 사태’를 시발점으로 검찰은 정권의 시녀이길 거부했다”며 “검찰이 검찰다워지니 정권의 철퇴가 내려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이 협회장도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검찰개혁 방안들이 “설익은 측면이 있다”고 봤다. 여당은 검찰총장을 장관급에서 차관급으로 격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반면 야당은 검찰총장의 임기를 현재의 2년에서 6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언급한 바 있다. 여야 모두 윤 총장을 의식했다는 평가다. 이 협회장은 “사람이 제도에 맞춰야 하는데 지금은 거꾸로 사람에 따라 제도를 바꾸려 한다”며 “법치가 정치에 의해 무너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따르면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는 앞으로 6대 주요 범죄로 한정된다.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도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김 전 고검장은 “부정부패 수사에 관한 경험과 전문성을 축적해온 검찰이 수사기능을 유지하는 것은 국가와 국민 서비스를 위해서도 중요하다”며 “국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사법경찰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는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준사법기관 검찰의 자율성 보장해야”
그렇다면 검찰개혁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이 협회장은 ‘공정한 검찰 인사’를 강조했다. 그는 “(권력을 겨냥한 수사를 했을 때) 출세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인사상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다면 검사들이 권력에 줄을 서진 않을 것”이라며 “검찰인사위원회를 더욱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했다.허 교수는 “검찰에 대한 견제는 필요하지만 그 주체가 정권이 아니라 시민사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찰 외부 전문가들이 기소 여부 등을 심의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 활성화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검찰에 대한 쓴소리도 나왔다. 이 협회장은 “국민이 내 사건을 어느 검사가 맡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인식하는 순간 검찰 불신이 생긴다”며 “검찰권은 공정하고 통일되게 운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전 고검장은 “과거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한 순간들로 인해 국민 신뢰를 잃었다는 데 통렬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