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1억명 쓰는 틱톡 '제2 화웨이' 되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틱톡을 정조준한 것은 통신장비업체(화웨이)에서 소프트웨어기업으로 대중(對中) 전선을 넓히겠다는 의미다.

중국 난카이대 출신 장이밍(38)이 베이징에서 틱톡(모기업 바이트댄스)을 창업한 것은 2012년이다. 틱톡은 매년 유례없는 속도로 가입자를 확보해 왔다. 2018년부터 2년 연속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을 제치고 최다 다운로드 앱으로 등극했다. 세계 누적 다운로드는 20억 건이 넘고 이용자는 8억 명에 달한다. 150여 개국에 진출해 있다.

미국에서도 틱톡 열풍이 거세다. 다운로드 1억6500만 건, 이용자는 8000만~1억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찌감치 화웨이에 이은 ‘경계 대상 2호’로 지목한 배경이다. 3초에서 최장 1분 이내의 짧은 동영상을 즐길 수 있도록 개발해 중독성이 강하다는 설명이다. 만 16~24세 젊은 층이 전체 이용자의 41%로 가장 많다. 윌 스미스, 제니퍼 로페즈 등 유명 배우들도 틱톡을 애용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개인정보 유출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작년 11월엔 미국 일부 대학생이 자신들의 개인정보가 중국 내 서버로 빠져나갔다며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미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틱톡이 미국 대선에 개입하려는 시도에 대해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서한을 최근 국가정보국(ODHI) 연방수사국(FBI) 등에 발송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공산당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기업 정보를 가져갈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의심해 왔다는 게 백악관 안팎의 전언이다.

틱톡이 미국 사업을 마이크로소프트(MS)에 전부 매각하려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MS가 틱톡의 미국 사업을 인수한다는 계획을 3일 발표할 예정이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3년간 틱톡에서 1만 개의 미국 일자리를 추가로 만들라고 요구하자 양측 협상이 전면 중단됐다”고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틱톡의 미국 내 고용 인력은 현재 1500여 명이다.

틱톡이 미국에 구애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지난 6월 월트디즈니 소비자·해외부문 회장 출신인 케빈 메이어를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했으나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다.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신경보(新京報)는 이날 “미국 내 틱톡 금지가 현실화하면 미국은 세계 기업으로부터 신뢰를 잃을 것”이라고 썼다. 뉴신춘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원 중동연구소장은 “틱톡이 미국 안보에 어떤 피해를 끼쳤는지 아무 근거도 없는 상황에서 틱톡을 금지하는 건 명백한 정치 행위”라고 비판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