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슈퍼세이버의 등장을 우려한다면 미국 중앙은행(Fed)은 비슷한 이유로 ‘파이어(FIRE)족’에 대한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파이어족은 ‘경제적 자립, 조기 은퇴(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의 첫 글자를 따서 생겨난 용어다. 40대에 은퇴하기 위해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여 소득의 70~80%를 저축하는 2030세대를 지칭한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은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 조사를 인용해 미국 24~39세 가운데 저축액이 10만달러(약 1억2000만원) 이상인 이들의 비율이 25%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2018년(16%)에 비해 9%포인트가량 상승한 것이다.

이들 2030세대는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저축 성향(소득 대비 저축 비율)이 어느 세대보다 높다는 게 외신들의 분석이다.

이처럼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이는 파이어족이 Fed의 골칫거리로 부상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이어족 증가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0%대를 차지하는 민간소비를 갉아먹고 물가상승률을 끌어내리는 요인이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8년 2.4%, 2019년 1.8%를 기록했지만 올해 5월과 6월에는 각각 0.1%, 0.6%로 급락했다. Fed의 물가 목표치(2.0%)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이는 물론 코로나19 사태로 물가에 대한 수요 압력이 크게 약화된 영향도 있지만 파이어족의 증가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외신들은 분석하고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