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한 사용후핵연료의 건식 저장시설(맥스터) 건설에 대해 지역 주민의 81.4%가 찬성했다. 이에 따라 다음달 맥스터는 공사에 들어가고 우려됐던 월성 원전 2~4호기의 가동 중단 사태도 피할 수 있을 전망이다.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는 24일 시민참여단 14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81.4%인 118명이 맥스터 건설에 찬성했다고 발표했다. 반대는 11%(16명), ‘모르겠다’는 7.6%(11명)였다.

시민참여단은 월성 원전 5㎞ 이내에 거주하는 경주 시민들로, 3주간 이 문제에 관해 숙의 및 학습을 하고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 1차 조사에서 58.6%였던 찬성률은 2차 80%, 3차 81.4%로 숙의를 진행할수록 높아졌다.

맥스터는 원전 연료로 사용한 핵 연료봉을 임시 저장하는 곳이다. 핵 연료봉은 사용 후 5년간 원전 내 수조에서 방사선 양이 일정 수준으로 떨어질 때까지 보관한 뒤 맥스터로 옮겨 저장한다. 고준위 핵폐기장이 건설되지 않고 있는 데 따른 임시 방편이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지난 3월까지 기존 월성 원전 맥스터는 용량의 95.36%가 채워져 2022년 3월이면 더 이상 추가 보관 공간을 확보할 수 없다. 월성 원전 2~4호기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할 곳이 없어지면 가동 중단이 불가피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 이유다. 맥스터 건립에 19개월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다음달에는 공사를 시작해야 원전 가동 중단 사태를 막을 수 있다.

한수원은 2016년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맥스터 증설을 신청했지만 정부는 주민 반발 등을 이유로 승인을 미루다가 지난해 5월에야 재검토위를 구성해 공론화 및 주민 의견 수렴에 나섰다.

재검토위는 이번 시민참여단의 결정을 산업통상자원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산업부는 이를 바탕으로 증설 여부를 최종 확정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주민들의 의견이 확인된 만큼 차질 없이 이후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재검토위는 이날 경주 감포읍에서 설명회를 열고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반대 주민 및 환경단체의 항의에 부딪혀 행사가 무산됐다. 반대 주민 300여 명은 행사장 앞에서 경찰 등과 충돌해 일부 부상자가 나왔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의견을 수렴하고 반대를 잠재우려고 만든 절차 때문에 의사결정이 늦어지고, 원전 가동 중단 위기를 코앞에 두고야 겨우 문제가 풀렸지만 환경단체들의 반대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며 “사회적 타협 기구 자체의 존립 근거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